고 이상규 소령의 큰아들 이동주(78)씨가 9일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 심리로 열린 이 소령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아버지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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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아버지가 사망한 당시 겨우 세 살배기였다. 한평생 “아버지는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외치고 다닌 어린 아들이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소령은 1948년 12월 군권을 파괴할 목적으로 조직된 ‘해상인민군’에 가입하고, 조직 수괴로부터 비밀 서신을 수령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1949년 7월 해군본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마산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육군 헌병대에 의해 총살당했다.
이 소령은 해병대 창설을 처음 제안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1948년 여순 사건 당시 해군 임시정대 지휘관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한 작전 결과보고서에서 “육상 전투를 담당할 육전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 소령이 조작된 범죄 사실로 영장 없는 불법 체포와 장기 불법감금을 당한 피해자로 확인됐다”며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당시 판결문 등을 조사한 결과 이 소령이 해상인민군에 가입했다는 실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비밀서신 수령 혐의 등은 피해자 근무시간·지역과 근무 이력 등 객관적 사실에 비춰 범행 일자와 그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이 소령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국가에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 등의 명예 회복 조처를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 재심은 이 소령의 가족들 노력으로 열리게 됐다.
이들은 2011년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어머니 유언에 따라 자료를 꾸준히 모아 2021년 7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 진실화해위의 진실 규명 결정 이후에는 같은 해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창원지법은 올해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어 “재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 남은 증거 자료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산형무소에서 피고인이 상당 기간 불법 구금된 것으로 확인되고, 이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피고인 자백 진술은 증거 능력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아버지가 해병대 창설에 대한 최초 기안자임에도 억울하게 처형을 당하셨다"며 "우리 해군 역사에서도 이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희생시킨 이들이 누구인지,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자식으로서 알고 싶다”며 “이와 관련한 국방부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재심 선고 기일은 내년 2월12일로 잡혔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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