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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중국에서 협력하자 내민 손, 한국은 어떻게 화답할까 [김광수의 중알중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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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싱크탱크 "양국 협력방안 논의해야"

    中 "AI 산업생태계 공동으로 구축" 강조

    "향후 5년 중요" AI 협력 5대 분야 제시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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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경쟁하고 있고, 최근 일본과는 대만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키우면서 한국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는데요. 특히 오랜 기간 최대 교역국의 하나였고 기술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중국은 여전히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새롭게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꾸는 중국은 한중 양국의 발전을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 로봇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1일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에선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설립 20주년 국제세미나’가 열렸는데요. 이 행사에 모인 한국의 산업연구원과 중국의 사회과학원, 상하이과학원 등 양국의 싱크탱크 관계자는 양국의 산업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산업연구원(KIET) 북경지원장을 역임한 ‘중국통’ 이문형 전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유럽도 가세해 국제무역기구(WTO) 개방체제가 와해됐고 한국의 사드 배치로 (한중) 상호 간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전통 산업에서는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한·중 간 산업 협력 영역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경쟁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중 산업협력이 이렇게 위축됐지만 최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한중간 산업 협력의 계기를 다시 마련하는 마중물이 됐다고 평가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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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양국 산업 협력을 위해 ‘한중 산업협력 심화를 위한 공동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구체적 협력 방안과 로드맵을 작성해 양국 산업계에 제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공동연구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고 역할을 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해야 하며, 양국 정부의 ‘마중물’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는데요. 한국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대중국 연구 예산이 많이 삭감된 만큼 이를 원상복구하는 것을 넘어 대폭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예산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어 사무실 월세 걱정까지 했을 정도였는데, 그나마 새 정부 들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네요.

    이 같은 주장에 공동 기조강연 발제자로 나선 후원룽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안전하고 회복력 있으며 혁신적이고 상호 신뢰적인 포용적 AI 산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버블 논란도 있지만 세계 각국이 AI를 최우선 정부 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는 만큼 양국이 AI 분야에서 협력해 윈윈하는 기회를 삼자는 것이죠.

    후 부연구원은 “한국은 하드웨어와 제조 분야에서 최정상 우위를, 중국은 소프트웨어 응용과 시장 규모에서 우위를 보유해 자연스러운 협력 순환 구조를 구성했다”며 “양국 정부 모두가 AI를 국가 전략 핵심에 뒀고 혁신과 국제 개방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중 AI 산업 발전 협력에 대해 AI 반도체·고급 하드웨어, 자율주행·스마트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건강 서비스, 로봇 기술·스마트 제조, 스마트 시티·디지털 거버넌스 5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는데요. 특히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글로벌 HBM 및 첨단 공정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역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캠브리콘, 비잔테크 등 AI 칩 설계 기업들과 세계 최대의 AI 연산력 수요 시장을 갖춘 만큼 협력 성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죠. 후 부연구원은 “앞으로 5년이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고위급 전략 기구 설립, 핵심 분야에서 공동 R&D·표준 협력 강화, 새로운 신뢰 체계 구축 등에 한중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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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자로 나선 중국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도 한 목소리로 한중 양국의 협력을 강조해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만큼 현재 양국의 분위기가 미래를 위해 서로를 믿고 함께 할 파트너로 생각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대변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지난 윤석열 정부만 해도 중국은 한국 연구기관 등의 행사에 되도록 참석하지 않으려 하거나 원론적인 수준의 의사만 전달했을 뿐이었고, 오히려 한국 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죠. 이제는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것만 봐도 중국의 입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중위엔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연구원은 “중한의 제3국 시장 협력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중점 협력 가이드라인과 프로젝트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며 "산업 및 기업 측면에서는 ‘중한+X’ 산업 동맹을 설립해 정보 공유와 위험 조기 경보 수행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장위안위안 상하이사회과학원 응용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중한의 공급망 협력 심화는 중국이 산업사슬과 공급망의 탄력성과 안전 수준 향상의 핵심”이라며 “경제무역 메커니즘 구축을 심화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죠.

    물론 한중 양국의 속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며 자신들이 부족한 첨단 기술 분야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한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통해 우리가 현재 뒤쳐지는 부분을 메꾸려 해야겠죠. 결국은 서로가 협력을 하더라도 내가 가진 패를 모두 보이지 않으면서 상대방보다는 내 이익이 우선시 돼야 할텐데,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를 놓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중 양국이 협력을 모색한다면 그 결과는 예상보다 강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계기가 마련된 만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중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서울경제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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