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기밀 해제된 진실, UAP의 과학적 탐구
개릿 M 그래프 지음·지웅배 옮김
812쪽·4만8000원
arte
저자는 UFO와 관련된 논의를 ‘믿거나 말거나’ 식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고민과 탐구 등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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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맨헌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게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 정보당국의 10년 추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놀라운 것은 제작진이 확보한 실제 영상과 증언이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실제 투입된 특수부대원, 당시 CIA 국장 등의 증언은 물론이고 실제 공격 상황을 담은 영상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됐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였다. 생각해 보면 10년 동안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이 이 추적에 참여했는데 10년,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UFO(미확인비행물체)는?
미국 잡지 ‘성찬(communion)’에 실린 외계인의 모습. 이 모습이 이후 외계인 얼굴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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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탐사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역사 작가인 저자가 70여년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UFO 현상’을 탄탄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UFO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서 ‘비행접시’ 잔해가 발견된 이래 ‘광풍’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은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FO(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점차 UAP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다.
미 해군 조종사들이 촬영한 UAP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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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6월 미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미확인 비행물체 잔해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은 당시 신문. 사진 제공 ar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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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고 조사하면서, 나는 UFO에 관한 정부의 은폐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의도치 않은 은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가 자기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론 중)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미 캘리포니아 앨런 전파망원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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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X파일’의 팬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저자는 지금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UFO 은폐론’ 등 대부분의 음모론은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 작은 일이나 단기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적어도 UFO 분야에 있어서 미국 정부는 그 정도로 비밀스럽지도, 창의적이지도, 조심스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긴 빈 라덴 사살 작전 같은 최고 등급의 극비 사안도 10여 년 만에 거의 다 공개되는데, 7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숱하게 벌어진 UFO 관련 사안을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막으면서 은폐하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UFO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별로 정리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원제 ‘UFO: The Inside Story of the US Government’s Search for Alien Life Here-and Out There’.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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