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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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최근 공개된 '자백의 대가'로 또 한번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역시 김고은'이라는 수식어에 흠집 내지 않는 열연으로, 존재감과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전도연(윤수)과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김고은(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지난 12월 5일 공개 이후 2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총 9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김고은은 극 중 감정이 닫힌 인물 모은을 연기했다. 사이코패스로 등장해 중반부 이후 큰 반전을 보여주는 캐릭터. 짧은 헤어스타일로 파격 변신한 김고은은 '자백의 대가'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파묘'를 시작으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그리고 '자백의 대가'에 이르기까지.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김고은은 '열연의 대가'다.
-작품 공개 소감이 궁금하다.
“전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그래도 수치나 이런 것도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공개된 지가 오래 되지 않아서.”
-어떻게 삭발까지 할 생각을 했나.
“배우마다 연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웬만하면 외형이 조금 많이 떠오르는 편이다. '은교' 때도 단발을 먼저 제안했다. 그런 식이다. 긴 머리로 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단발로 자르겠다고 했다. 모은이도 굉장히 짧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역할을 떠올리면 머리카락을 촥 해서 이런 것들이 많이 연상되긴 하는데, 이상하게 모은이는 머리카락에 숨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다. 다 드러났으면 했다. 반삭(발) 정도를 생각했는데, 많이들 걱정해서 덜 잘랐다. 반삭은 한번쯤 해보고 싶긴 했다. 무턱대고 역할에안 맞는데 자르는 건 좀 아니니까. 반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들 보는 분들마다 '어우. 야' 하셨다.(웃음) 그렇게까지 잘라본 적 없으니까 다운펌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왜 이렇게 남자 분들 다운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다운펌을 한번 했을 때는 가지런하게 눌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열이 나는 운동을 하니까 바로 잔디처럼 솟아오르더라. 그래서 다운펌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거 말고는 편했다.”
-예쁘기 어려운 헤어스타일이다.
“이왕에 예쁘게 잡히면 좋다. 근데 제가 생각하는 예쁨이라는 게 외모적으로 잘 꾸미는 모습인 게 중요하기보다, 그 인물처럼 잘 보였을 때, 감정을 잘 보여줄 때 예뻐보이는 것 같다. 감정에 집중하기에 방해되는 지점이 보이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한다. 여드름이 크게 났는데 감정 신을 연기하면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나. 그런 걸 보완하면서 온전히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앵글이 가장 예뻐보인다. 모은이를 연기할 때는 붓지 않도록 노력했다. 얼굴이 너무 통실통실하면 안 되니까. 그걸 좀 신경썼다. 안 붓는 비결은 없다. 저도 알고 싶다. 어떻게 다들 안 부을까. 전날 저녁은 일단 안 먹는다. 국물 이런 걸 촬영 전날엔 안 먹으려고 했다. 약간 말렸다. 말린 보람이 있지 않았나.”
-체중 감량을 했나.
“체중 숫자에 집중했다기보다, 눈으로 봤을 때 말렸다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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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모니터링 삼아서 대본을 봤다. 제가 했으면 좋겠어서 준 대본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전에 모니터링 식으로. 한참 전이었다. 얼핏 봤던 기억이 났다.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기억에 남았다. 그러고 나서는 '만들어지나보다' 이런 정도의 생각이었다. '은중(과 상연)'을 촐영하고 있을 때 제안을 받았다. 전도연 배우가 한다고 했고, 대본을 본 기억이 나서 시켜달라고 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사이코패스처럼 보여야했다.
“시청자 분들은 몰라야 했던 거다. 대본 상으로 읽었을 때는 재미있게 읽혔는데, 연기를 하려고 들어가보니까 약간 제 캐릭터의 개연성과 안 맞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모은이) 혼자 있으면 어떻게 하나. 혼자 사이코패스처럼 살인을 했는데 실은 아니었다가 되면 시청자 입장에서 그럼 그때는. 그렇게 가는 건 걸리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고, 차라리 모은이는 가만히 있는데 다수가 모은이를 오해하고 멋대로 생각하는 방향이 더 맞지 않을까. 완전히 감정이 고장나버린 사람이라고 가면 어떻겠나. 감정적 거세를 당해버린.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가 확실히 드러아냐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봤다. 그렇게 접근했다.”
-다른 배우가 출연한다고 했던 작품인데.
“어떤 작품이든, 어떤 배우에게 갔다가도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 빽빽이다.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경우가 있고, 진행이 되다가 엎어진 것이라서 많은 분들이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배우를 업으로 십몇년을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건 전혀 없는 것 같다.”
-전도연과 10년 만에 재회했다.
“처음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전화로 '우리 너무 좋다. 잘해보자' 했는데, 정말 만나기가 어려운 거다. 붙는 장면이 많지 않고, 징벌방을 찍을 때 하루종일 있어도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그래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호송차나 샤워실 신이나 엔딩이나, 이런 장면들을 찍을 때는 느낌이 남달랐다. 도연 언니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던 사람이다.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해준 배우가 전도연 선배님이다. '협녀' 때는 '꿈이냐 생시냐'했다. 선배님이 서 있으면 구경하게 됐다. 동시대에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배우다. 내가 진짜 배우가 됐는데 그 배우와 호흡하고 있는 게 기적 같다고 생각했다. '협녀'는 저에게 큰 역할이 주어지고 한신한신 버겁고 이랬던 때였다. 도연 선배님이 슥슥 도움을 주셨던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제가 더 해드리려고 하고,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면서, 저만의 주접을 떨었다. 제가 그만큼의 시간을 걸어왔다는 것이지 않나. 현장에서 장난과 농을 치고 하는 게.”
-전도연은 어땠나.
“선배님을 오래 옆에서 보다보니, 진짜 진심만 이야기하시는 분이다. 듣기 좋으라고, 계속 칭찬해주고 이러지 않으신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 선배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저에게 크다. '고은아, 너 오늘 너무 잘했어' 이런 말을 하면 '나 오늘 진짜 잘했나보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는 더 크게 다가왔다. 자백을 하면서 저에게 크게 다가오는 칭찬을 몇번 해주셔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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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부터 '자백의 대가'까지 호평이 이어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 작품들이 사랑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연달아서 잘 되는 게 너무 어려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는 참 기적 같은 작년과 올해였다. 앞으로 계속 작품이 사랑받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노력했는데 안 알아봐주셨을 때도 있었고, 흥행이 저조했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맷집이 있는 편이다.(웃음) 너무 신기하다. '파묘' 흥행할 때는 '이게 영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처음 겪었던 스코어의 상승이었다. 무대인사 버스에서 귀를 의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대도시의 사랑법'도 스코어적으로는 아쉽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은중(과 상연)'이도 그렇다. 앞으로 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않을까.”
-'파묘' 장재현 감독이 '김고은이 한국 배우여서 기쁘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었다.
“한국배우로서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웃음) 제가 그런 말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런 말을 또 들을 수 있을까. 장재현 감독님이 보기에 제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의 개념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시간이 생각났을 거다. 장 감독님에겐 제가 좋은 배우였나보다. 평소에 맨날 장난만 치던 사이라 (느끼는 바가) 더 컸다. 원래 진지한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사이니까.”
-박지현의 수상 소감에서는 '한국 예술계의 축복'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지현이가 원래 말을 그렇게 좀 극단적으로 좋게 표현해주는 것 같다.(웃음) 둘이 있는데도 칭찬을 한번 시작하면 극단적으로 한다. 나는 '고마워. 그만해' 이런다. 좋은 표현을 할 때는 에너지를 막 퍼준다. 저는 그 에너지를 받아서 너무 좋았다. 지현이가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많았다 보니까, 그 친구가 느끼기에 옆에서 묵묵히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느낀 것 같다.”
-김고은은 어떤 선배인가.
“선배가 참 어렵다. 후배일 때가 신이 났던 것 같다. 장난치고 까불면 귀엽게 봐주시고. 그게 너무 신났다. 후배들을 마주할 때 약간 고장나는 느낌이다. 너무 깍듯하면 어떡하지 싶다. 같이 그렇게 하게 된다. '선배들은 어떻게 했지?' 생각하곤 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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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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