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지·주름 문제 해결…애플의 고민은 '규모' [소부장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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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 초기 생산 물량을 천만대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디스플레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때 힌지·내구성 문제로 출시 지연설까지 돌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기술 완성도는 일정 수준에 올라왔고 애플의 고민은 '언제 얼마나 크게 들어가느냐'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첫 폴더블 아이폰 개발을 당초 계획한 로드맵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공급망에서는 힌지나 패널 수율, 주름 등 핵심 부품 이슈 때문에 일정이 밀리고 있다기보다는 제품 포지셔닝과 물량 전략을 두고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첫 폴더블 아이폰 초기 발주 물량이 700만~80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디스플레이 및 부품 밸류체인 복수 관계자들 사이에선 애플이 일부 공급사에 천만대 이상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한 공급망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공격적인 물량 시나리오가 테이블에 올라간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업계 안팎이 주목하는 대목은 '기술 이슈'보다 '규모'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폴더블폰의 고질적인 난제로 꼽혔던 힌지 신뢰성, UTG(초박막 강화유리) 내구성, 패널 주름 등은 애플이 지난 수년간의 검증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 해소했다는 게 공급망의 공통된 설명이다.
폴더블 아이폰의 등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및 부품 밸류체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그동안 폴더블 OLED 패널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해왔고 BOE·CSOT·비전옥스 등 중국 업체들이 뒤를 추격하는 구도였다. 애플이 첫 폴더블 제품에서 어떤 조합으로 패널·힌지·커버 윈도우 공급사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판도 변화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 OLED를 양산해 왔고 8.6세대 IT용 OLED 투자도 병행하며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IT용 OLED를 중심으로 애플의 잠재적 파트너로 거론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패드용 OLED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S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와 CES 등 주요 전시회에서 대형·폴더블 OLED 콘셉트 패널을 공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중대형 OLED 기술과 저전력 특성을 앞세워 향후 폴더블 태블릿·노트북 등 확장형 폼팩터에서 애플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폴더블 밸류체인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국내 부품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UTG·커버윈도우, 힌지, 극박편광판, 실링·봉지재 등에서 이미 갤럭시Z 시리즈를 통해 검증을 마친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천만대 이상'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폴더블폰 평균판매단가(ASP)가 일반 바(Bar) 형태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은 만큼 글로벌 수요가 어느 정도까지 따라와 줄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 시리즈, 중국 제조사들의 폴더블 제품이 시장을 넓혀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애플이 내부적으로 여러 물량 시나리오를 놓고 준비하는 단계로 보이며, 최종 수량은 출시 시점의 스마트폰 수요, 환율, 부품 원가까지 고려해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폴더블 아이폰이 실제로 천만대급 물량으로 나올 경우 시장 파이는 단숨에 커지겠지만 애플 기준에서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가 돼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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