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의 해부/존 E 더글러스, 마크 올셰이커 지음·김현우 옮김/472쪽·2만5000원·글항아리
1971년 미국 뉴저지주. ‘존 리스트’는 부인과 어머니, 세 자녀를 살해한 뒤 실종됐다. 그가 목사에게 남긴 편지엔 “가족을 천국에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18년 뒤 밝혀진 이 범죄의 양상은 달랐다. 리스트는 아주 내성적이었으며, 자주 해고됐고, 신앙심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쌓인 뭔가가 ‘갑자기 폭발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자칭 ‘샘의 아들’이라 불리는 미 연쇄살인범 데이비드 버코위치는 살인 전 뉴욕 전역에서 2000건 이상의 작은 방화를 저질렀다. 그는 종종 진화 현장을 지켜보면서 성적인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소방관, 경찰관, 언론 등 권력을 통제하는 느낌이 이 방화범에겐 이른바 흥분 작용을 한 셈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지원부의 전 수장인 존 더글러스와 영화 제작자인 마크 올셰이커가 뭉쳐 강력 범죄의 동기를 파헤친 책이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나 존 레넌을 살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 등 방화범, 납치범, 살인범 등 다양한 범죄자의 정신세계를 탐구했다.
우선 저자들이 가진 강력한 전제는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였다. 모든 범죄엔 분명히 동기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이해하고 수단을 평가할 수 있다면, 범인을 식별하는 데 훨씬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가장 깊이 다루는 범죄자 유형은 ‘암살자 성격’이다. 갑자기 폭발하는 유형으로,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가 대표적 사례다. 이런 유형이 폭력으로 치닫는 핵심적인 원인은 오랜 시간 누적된 소외감과 편집증으로 분석된다. 이에 저자들은 이런 유형은 ‘백인 남성 고독자’일 가능성이 크고, 대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리더보다는 추종자 성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꼽았다.
저자들은 이러한 범죄의 원인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전이라면 자신에게 향했을 분노가 타인을 향하면서, 과거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이들도 이젠 타인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본다. 저자들은 “그들은 실제든 상상된 것이든 자신의 결핍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며 “궁극적인 폭력 행위는 뿌리 깊은 무능력감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