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역습/정진호 지음/128쪽·1만3000원·길벗어린이
‘절인 굴비 걸어두고/한 번 보고 한 숟갈/두 번 보고 두 숟갈//불 피워 구웠다가/옆집 사람 뒷길 괭이/굶주린 데 미안해서//냄새 없이 눈길로만/밥을 먹은 그 마음씨/참 곱구나 자린고비’(동시 ‘절인 굴비’)
단군 신화부터 해님 달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전래동화와 유명한 고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머 있고 간결한 동시들을 모았다. 익숙한 이야기를 비틀면서 새로운 관점과 웃음을 전해준다. ‘절인 굴비’는 굴비 걸어놓고 밥 반찬 삼은 지독한 자린고비를, 실은 배를 곯고 있는 이웃들을 배려한 속 깊은 인물로 그려낸다.
표제작 ‘할머니의 역습’은 호랑이에게 떡을 내미는 할머니의 당찬 제안을 담았다.
“안 잡아 먹으면/떡 하나 주지!”
‘장사하자’는 모순(矛盾)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석한다. 무엇이든 뚫는 창, 어떤 무기도 막는 방패를 파는 장사꾼에게 구경꾼이 ‘저 방패에다 저 창을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장사꾼이 답한다.
“궁금하면 사셔야죠.”
선문답 같은 짧은 동시 속에 위트와 깨달음이 함께 녹아들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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