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 전략 전환점…송창현 대표 사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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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소셜미디어엔 테슬라 차량의 자율 주행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11월 23일 출시된 '감독형(Supervised) 완전자율주행, FSD(Full Self-Driving) ' 기능입니다.
"한국 도로는 너무 복잡해서 안 될 거다.", "골목길 방지턱 때문에 쩔쩔맬 거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심을 비웃듯, 테슬라의 FSD는 서울 시내를 질주했습니다.
그것도 고가의 장비 없이, 오직 카메라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약 2주 뒤 현대차그룹에서 중요한 인사 변화가 들려왔습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략을 총괄하는 사령탑,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가 전격 사임했습니다.
송 사장은 애플과 네이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영입한 상징적인 기술 리더였습니다.
공교롭게 테슬라의 FSD가 한국 안방을 공략한 직후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이번 사임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적지 않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 FSD의 한국 주행 성공 이후,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방식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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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는 테슬라 FSD의 한국 주행 성공이 현대차에 큰 충격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라이다(LiDAR)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레이저를 활용하는 라이다는 정밀도와 안전성 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센서 가격이 비싸고 차량 디자인에도 제한을 주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일관되게 카메라 기반 시스템을 선택해 왔습니다.
방대한 영상 데이터와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주행 능력을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기술적 난도가 높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면 장기적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서울 주행 영상이 공개된 이후, 이 두 전략은 다시 한번 비교 대상이 됐습니다.
특히, 테슬라의 카메라 중심 접근이 한국 도로에서도 효과를 보이면서, 현대차 내부에 적지 않은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현대차는 왜 흔들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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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는 레이저를 사용해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고가의 센서입니다.
정확성이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초기 자율주행 개발에서 선호됐습니다.
반면, 카메라는 인간의 시각 구조에 더 가깝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영상 속 복잡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즉, 라이다는 비싼 하드웨어로 리스크를 줄이고, 카메라 기반 비전 시스템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즉 인공지능을 통해 난제를 해결합니다.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안전성과 검증 가능성을 중시해 라이다 방식에 더 무게를 실어 왔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테슬라의 접근 방식이 실제 시장에서 먼저 성과를 내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 부분이 현대차에 전략적 부담을 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닌 '속도'와 '조직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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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송 대표의 퇴진 배경을 단순한 기술 패러다임의 충돌로 보지 않습니다.
송 사장 또한 비전 기반 기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이미 비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술 방향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실현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현대차 내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았는가에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은 반복 테스트와 개선을 통한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양산 조직은 일정 준수와 안정성이 최우선입니다.
이 두 조직은 목표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현대차는 두 체계를 동시에 끌고 가려 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적인 마찰과 일정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FSD의 성능을 시연하는 동안,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내재화는 당초 예상한 속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지점이 경영진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보낸 역설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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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송 대표의 사임이 발표된 날, 현대차 주가가 약 6%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핵심 기술 리더의 퇴진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장기적 내재화에 집착하는 대신, 보다 현실적인 전략 조정을 시작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비용 불확실성이 줄고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향이라고 본 것입니다.
시장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적 이상'이 아니라 '언제 상용화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비용이 효율적인지'입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를 전략 전환의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완성 시점이 불확실한 소프트웨어 내재화 전략보다, 즉각적인 양산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현실적 접근이 단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시 말해, 고비용 구조를 재편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경영 효율화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차의 전략…협력과 독자 개발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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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와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아이오닉 5가 웨이모의 새로운 자율주행 택시 플랫폼 차량으로 채택되면서, 현대차는 제조 역량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는 외부 전문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테슬라의 '수직 통합 모델'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현대차는 "개방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협력에만 기대는 것은 아닙니다.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은 최근 테슬라와 유사한 비전 기반의 '엔드 투 엔드(End-to-End)'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Atria) AI'를 공개했습니다.
즉, 현대차는 '단기적으로는 협력, 중장기적으로는 독자 기술 확보'라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만들 새로운 수익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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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율주행의 핵심 가치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시간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은 콘텐츠 소비, 쇼핑, 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업의 수익, 즉 돈으로 연결됩니다.
또한 물류 산업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큰 영역에서 24시간 운영 가능한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트럭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됩니다.
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현대차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략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 공세...다층 경쟁 구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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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직면한 도전은 테슬라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비야디(BYD), 샤오펑(Xpeng) 등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함께 최신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자율주행 솔루션을 다른 중국 제조사들에게 공급하며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테슬라와의 경쟁만이 아니라, 다층적인 경쟁 구도 속에 놓여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동차 산업 대전환기…현대차 협력·독자 개발 병행 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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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대표의 퇴진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략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FSD의 한국 상륙, 시장의 기대 변화,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까지.
자율주행 경쟁은 지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 산업이 100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협력과 독자 개발이라는 두 개의 엔진으로 달리는 현대차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몇 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손민성(smis93@ytn.co.kr), 김용현(kimyonghyeon@ytn.co.kr)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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