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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5 (월)

    [언스타그램] 그래서 '네이팜 소녀'는 누가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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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사진 촬영자 논쟁은 과학적 분석을 표방하지만

    정황과 판단은 사실 보다 선입견에 기인할 때가 많다.

    베트남전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사진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트링어 : 그 사진은 누가 찍었나'가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촬영자 논쟁은 새로운 국면이 되었다. '네이팜 소녀'로 알려진 사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스포일러는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며 이 글의 핵심이 아니다. 영화는 영상 및 사진에 대한 분석과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이 사진의 촬영자는 AP의 사진기자 닉 우트(Nick Ut)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 주장에 수긍하게 된다. 제작자는 이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당시의 베트남 동료들도 이야기하는 사진가를 찾아낸다.

    월드프레스포토(WPP)가 올해 초 이 사진의 촬영자 크레딧 표기를 철회했을 때 많은 사진가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그들을 비난했다.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과 세계보도사진상을 수상하고 평생을 사진가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을 누리며 살았던 닉 우트(Nick Ut)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50년이 넘은 사진에 대해 지금에 와서야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영웅 서사에 대한 반발이자 시기일 것으로 판단했다. 사람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고 논쟁부터 벌였던 것이다.

    영화에 의하면 스트링어였던 응우옌 탄 응에는 촬영한 사진 필름을 AP에 넘겼고, 남아시아 사진 총괄 호스트 파스는 이 사진을 AP 소속인 닉 우트 이름으로 송고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촬영자의 이름을 우트로 기입한 편집자 칼 로빈슨의 주장에서 다큐는 출발한다. 그것이 관행이었을 수도 있고 한 언론권력자의 독자적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응에는 사진이 촬영된 그날(1972년 6월 8일) 이 사진의 프린트 한 장과 20달러를 사진값으로 받고 한잔하러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프린트는 보수적인 그의 아내가 찢어버렸다.

    아시아경제

    '스트링어'의 한 장면.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사진가가 찍은 사진 속 카메라를 든 인물이 해당 사진 촬영자인 응우옌 탄 응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세븐(vii)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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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대중의 거실에 던져진 후 양상이 달라졌다. 달라졌지만 각각의 주장과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과 당시 회사의 관계자들, 주변 동료들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기억과 정황에 따른 추리로 주장을 펼친다. 사진의 원작자(촬영자)를 결과물인 사진을 기준으로 되짚어 본다면, 그는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자리에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하며 상황에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노력과 실력도 필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결정적 요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여건이 합리적 추리의 토대가 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판단은 기억과 정황과 선입견 같은 것들에 더 영향을 받는다. 한 가지 사실을 목격한 백 명의 사람은 백 가지 기억을 가진다.

    AP 측은 여전히 "사진 촬영자를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쪽이 주장을 철회하거나 더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논쟁은 한동안 이대로 계속될 것 같다. 극단적으로 달랐던 둘의 과거와 회한은 세월과 논쟁 속에 묻힐 수도 있다. 사진만이 역사적 사실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우뚝 서 있을 뿐이고, 당사자들은 진실을 알고 있거나 진실이라 믿는 것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허영한 사진팀장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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