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립무용단 단장들 대표작
17일부터 국립극장서 선보일 예정
“전통 지키며 우리 춤 미래 고민할 때”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우리 춤의 거장들이 대표작을 잇따라 무대에 올리는 국립극장 '거장의 숨결' 공연. 국수호 '티벳의 하늘'. /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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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단장을 지내며 우리 춤으로 일가를 이룬 네 거장의 대표작이 국립극장 무대에 잇따라 오른다. 17~18일 ‘거장의 숨결 I: 배정혜, 국수호’와 20~21일 ‘거장의 숨결 Ⅱ: 김현자, 조흥동’ 공연. 춤에 남긴 족적이 선명한 대가들의 개성 뚜렷한 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연습이 한창이던 때 만난 네 사람은 “무용 경연 예능 프로그램 등의 인기로 우리 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전통에 단단히 발 딛고 한국 무용이 나아갈 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배정혜, 국수호, 김현자, 조흥동(사진 왼쪽부터) 전 국립무용단 단장이 17~18일과 20~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거장의 숨결’ 공연에서 대표작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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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혜(81) 전 감독의 ‘소울, 해바라기’는 2006년 초연 당시 독일 재즈 그룹 ‘살타첼로’의 음악에 우리 춤사위의 한(恨)과 그리움의 정서를 실어 호평받은 작품.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공연하며 우리 춤을 해외에 알렸다. 그는 “재즈에는 즉흥적 흥이 살아 있어 우리 음악과 공통점이 많다”며 “창작은 자유롭게 하되 전통의 호흡을 지켜야 한다. 외국 현대춤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흉내 내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수호(77) 전 감독은 IMF 구제금융 사태 무렵, 좌절과 시련에 처한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고양할 춤을 고민한 끝에 내놓았던 ‘티벳의 하늘’을 다시 선보인다. 동양 전통의 윤회 세계관을 접목해 생명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3년 동안 매주 발레와 현대무용을 각각 사흘에 두 시간씩 추가로 단련한 뒤에야 올릴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는 “파격은 시선을 모으기 좋지만, 한때 떠들썩했던 히피 문화도 전위 무용도 지금은 풍화돼 사라졌다. 어떤 춤이 진정 새로운 전통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춤은 몸의 언어로 쓰는 시”라고 말하는 김현자(78) 전 감독은 매화와 바람, 달의 교감을 우리 춤으로 형상화한 ‘매화를 바라보다’를 선보인다. 무대 위에서 버선 한 짝만 벗어도 욕먹던 1986년, 럭키창작무용단 창단 공연 ‘황금가지’를 올릴 때 반라의 무용수들 나신(裸身)에 상형문자를 새겨 무대에 세우며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던 안무가. 백남준과 함께 펼친 퍼포먼스로도 유명한 그는 “예술가에겐 어떤 노력도 헛되지 않다. 정답은 없다”며 “수백 년 전통을 예술로 완성하는 건 결국 현대라는 씨줄과 날줄”이라고 강조했다.
조흥동(84) 전 감독은 한량무를 모티프로 아홉 살 때부터 수련한 춤 인생을 집대성한 ‘바람의 시간’을 무대에 올린다. ‘향연’ ‘일무’의 정구호 감독이 무대와 의상 등을 맡았다. 조 전 감독은 “요즘 한국 무용 인기가 높아졌다지만, 춤은 마음으로 추는 것이고, 혼을 끌어내지 않으면 기교이고 놀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분장하고 비단옷 입고 모래밭에서 춤 춘다고 한국 무용이 아닙니다.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 하셨듯, 춤은 그저 춤. 거기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습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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