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총 1만3612편, 역대 최다 응모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응모작 풍년’이었다. 지난 11일 본사에 모인 시·소설 예심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시인 박소란, 문학평론가 박인성, 소설가 정영수, 시인 박준·유희경, 문학평론가 박혜진, 소설가 서이제./장련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 9000편, 소설 1300편…. 이건 처음 보는 숫자인데요.”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소설 예심 심사를 위해 지난 11일 본사 회의실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살짝 당황한 모습이었다. 압도적인 원고량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람도 잠시, 이들은 빠른 속도로 원고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머뭇거렸다간 밤새 회의실에 갇혀 있어야 할 판이었다.
지난 8일 마감한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8개 부문에 총 1만3612편이 접수돼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이 응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최다 기록이었던 2018년(1만843편) 기록을 한참 웃돌았고, 응모작이 소폭 줄었던 지난해(7755편)보다는 약 1.8배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시 9015편, 단편소설 1312편, 시조 742편, 동시 1866편, 동화 383편, 희곡 195편, 문학평론 70편, 미술평론 29편 등. 대부분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텍스트힙’(책 읽기와 글쓰기를 세련되게 인식하는 현상) 열풍과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인한 한국 문학 붐(Boom)이 이른바 ‘문청(文靑)’들의 창작 열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진영 |
“허수가 늘어난 건 아니다”라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했다. 다만 “상향 평준화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박준 시인은 “‘크레바스’ ‘토마토’ ‘여름’ ‘지렁이’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어가 있었다”며 “시적인 상상력이 규정지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실험적이거나 독창적인 시도를 보이는 작품은 드물었다”며 “까다로운 소설이 반드시 좋은 소설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단순하고 읽기 쉬운 작품들이 대부분인 점은 아쉬웠다”고 했다.
시 부문 응모작은 “산문화 경향”을 보였다. 박소란 시인은 “말을 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하는 방식으로, 주변적인 요소까지 과도하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언어적 미감을 획득하려는 듯했다”고 평했다. 유희경 시인은 “맥락과 무관한 외래어, 의도가 불분명하게 차용한 타 장르 문법,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호명 등 적지 않은 투고작이 가진 틀의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이 컸다”며 “답을 내릴 수 없을지라도 시와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 등이 좋은 시”라고 했다.
소설 부문 응모작은 “현실이나 일상에 밀착한 마이크로 리얼리즘”(박인성 문학평론가)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화두는 ‘일자리’였다. 서이제 소설가는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고용 불안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면서 “어려운 취업 과정, 기업의 내부 시스템 문제에 대한 환멸과 고발, 비자발적 퇴직 후의 삶, 은퇴 후 겪는 경제적 고립과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 단절로 인한 독립의 압박,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등을 다룬 소설이 많았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은 SF 장르가 아닌 동시대 소설의 주요 소재로 성큼 들어왔다. 정영수 소설가는 “AI가 소재로 등장하거나, AI가 화자인 소설이 상당히 많았다”며 “SF 소설이 아닌 동시대를 그린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11명, 소설 10명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시·소설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치른다. 당선자는 이번 주 중으로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 자 조선일보에 당선작을 발표한다. 예심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예심 심사위원]
시 – 시인 박준·유희경·박소란
소설 – 소설가 정영수·서이제, 문학평론가 박인성·박혜진
[황지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