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목)

    "中 이미 제조업 대부분 韓 추월"…산업장관의 냉엄한 현실 진단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중국에 멀찍이 추월당한 한국 제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했다. 그는 "이미 중국이 우리 앞에 있고 유일하게 남은 것은 반도체 하나"라고 토로했다. 정부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이토록 적나라하게 주력 산업의 열세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 제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방증이다.

    김 장관이 목격한 중국의 현장은 충격 그 자체다. 김 장관은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보고는 가슴이 턱 막혔다"고 토로했다. 샤오미 공장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며 76초마다 차 한 대를 쏟아낸다. 자동화율이 91%에 달한다. 재고 없이 주문 즉시 생산·출하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한국이 노사 갈등으로 씨름하는 사이, 중국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제조 혁신'으로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이는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철강 같은 전통산업은 중국에 밀려 강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역시 메모리 분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AI 훈련과 추론 분야는 이미 중국에 뒤졌다. 더구나 중국은 완제품과 중간재 모두 내재화했다.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났고, 중국산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구조로 역전됐다.

    한국에 남은 선택지는 명확하다. 김 장관은 "고통 없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자율주행 전기차로 전환하려면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를 허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연명하는 좀비기업도 솎아내야 한다. 김 장관은 "미국·중국·일본 등 모두가 혁신한다"며 "속도를 못 내는 혁신은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이 역시 옳은 지적이다. 지금처럼 주52시간제 족쇄에 묶여 경쟁자보다 덜 일하면 어떻게 혁신에 속도가 나겠나. 첨단산업만이라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제조 현장에 AI를 심고,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 모두가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혁신에 나설 때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