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포럼 ‘AI 반도체 강국 도약 가이드라인’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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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제조·AI 서비스·수출까지 ‘전 과정’ 유기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하나의 거대 기업처럼 움직이는 연합 꾸려야”
“한마디로 우리나라 큰일 났습니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사진)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한국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인 안 사장은 “한국은 AI 생태계 내 다양한 기술과 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 분절돼 각개전투를 하니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AI 반도체 강국 도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한국이 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AI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풀스택(전 과정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도체 설계·제조부터 AI 서비스까지 단절되지 않은 생태계를 통해 국내에서 상용화 경험을 쌓고 수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AI 반도체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맞춤형 반도체(ASIC),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포함된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는 GPU·NPU 등에 탑재되는 HBM 시장의 핵심 공급사이고, 다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NPU를 비롯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엔비디아 등 유수의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과,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보다 열세인 게 현실이다.
이날 포럼을 관통한 키워드는 ‘생태계’였다.
류수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 생태계는 기존 범용칩 중심의 설계에서 지금은 모델, 플랫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수직통합형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 쪽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다 약하다”고 짚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동안 한국은 메모리 중심의 ‘단품’ 비즈니스를 해왔다”며 “하지만 AI 반도체는 단순히 칩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태계’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인프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AI 적용 산업이 하나의 거대 기업처럼 움직이는 연합을 꾸려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반도체특위는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과 국방·에너지·보건의료 등 분야를 위한 ‘소버린 AI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AI 연구기관인 베이징인공지능연구소(BAAI)처럼 공공 및 민간 연구 역량을 결집할 ‘AI반도체기술원’ 설립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산하에 ‘AI 반도체 육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상담역은 “우리 생태계는 너무 취약하다. 취약점을 직시하고 중장기 계획하에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며 “제대로 실행이 안 된다면 국가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이미 잘하고 있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남 전 공학한림원 회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부터 추려서 해보면 좋겠다”며 “지금 하고 있는 하드웨어 같은 부분들을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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