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학술세미나 개최
K-콘텐츠는 흥행, 내수 미디어는 붕괴
통합미디어법·수평 규제 필요성 부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에 따른 혁신 정책과제 제안’을 주제로 2025년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미통위 출범 이후 국내 미디어 산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점검하고,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정 경쟁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이 18일 ‘방미통위 출범에 따른 혁신 정책 과제 제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재미없는 유료방송 콘텐츠 아무도 안봐...낡은 규제 없애야”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현재 국내 미디어 시장을 ‘역성장의 늪’에 빠진 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
노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방송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8.5% 급감했다. 이는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노 소장은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국내 미디어 플랫폼은 광고 매출 급감과 가입자 정체로 인해 붕괴 직전”이라며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이 멈추면서 제작비 조달 구조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방미통위의 최우선 과제로 ‘진흥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유료방송에 적용되는 낡은 허가·승인제도 혁신 △IP(지식재산권) 확보 및 인프라 고도화 지원 △미디어 분야 AI 활용 지원 등을 제안했다.
특히 노 소장은 “정부와 사업자들은 영역 다툼에서 벗어나 ‘굿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돈을 내고 보는 유료방송에서 재미없는 콘텐츠를 보는게 규제 때문이라면 이용자를 위해서라도 이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가 18일 ‘방미통위 출범에 따른 혁신 정책 과제 제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규제기관 망설이는 사이 OTT 시장 장악...수평적 규제 필요”
홍종윤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디어 시장이 이미 ‘글로컬(Glocal)’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강조하며, 공영 방송은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에서 방영된 드라마 107편 중 74편(약 69%)이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를 통해 공급됐다. 사실상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제작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20세기형 수직적 규제 모델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면서 국내 사업자만 옥죄는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정책을 분리하는 ‘수평적 규제 체계’ 도입을 역설했다. 방송과 OTT를 아우르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세우되, 규제의 강도는 낮추고 진흥의 폭은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기관은 기존 규제 관할 영역과 역할이 소멸하고 조직이 축소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며 “주저하는 동안 국내 시장은 글로벌 사업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이미 시장에 들어와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방미통위 조직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어 “글로벌 OTT를 새로운 통합미디어법 체계로 들어오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후 자연스럽게 글로벌 사업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규제는 국내 방송사업자에게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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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단순한 규제 기관을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을 조율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파편화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각개전투 방식으로 글로벌 플랫폼 공룡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주도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규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실장은 “케이블TV SO의 공적 역할 수행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SO 지역채널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전무한 현실을 고려할 때, 징수율 개선 논의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을 위한 위원 구성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조만간 7인 위원회 완전체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종철 위원장 후보자가 AI와 미디어 생태계 복원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점도 주목된다. 방미통위는 AI 시대에 대응해 콘텐츠와 플랫폼, 기술을 아우르는 ‘AI·미디어 대융합’ 전략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후보자는 임명 이후 AI 관련 자료와 뉴스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현안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위원 추천 절차도 병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몫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1명에 대한 후보자 공모를 진행해 15~17일 지원서를 접수했으며, 23~24일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역시 상임위원 1명에 대한 후보자 추천 절차를 19일까지로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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