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경기도 가평의 성지화’를 목표로 통일교가 펼치고 있는 유람선 사업에 최소 80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 세금 80억 원’ 투입된 가평군의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
경기도 가평의 ‘청평호’는 북한강에 청평댐을 지으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다. 가평군은 청평호에서 2020년부터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평호에 유람선이 다니도록 해 ▲청평댐 건설로 사라진 북한강 뱃길을 복원,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가평군에서 작성한 문건에는 사업 목적이 이렇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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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청평호.
이를 위해 가평군은 세금 150억 원을 들여 유람선이 드나들 수 있는 공공 선착장 3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가평읍 자라섬에 이미 선착장 한 개가 세워졌고, 한 곳은 공사 발주가 마무리 됐다. 나머지 한 곳도 내년에 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선착장 공사에 투입된 세금은 현재까지 약 70억 원으로 집계된다.
이 사업에는 정부의 지방소멸기금도 배정됐다. 2024년과 2025년 2년 동안 10억 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70억 원+10억 원. 가평군은 지금까지 최소 80억 원의 세금을 천년뱃길 사업에 투입했다.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에 드리워 있는 ‘통일교의 그림자’
이 사업과 관련해 가평군이 업체들과 맺은 업무협약서를 보면, 협약 대상 중 ‘HJ천주천보수련원’이 있다. HJ천주천보수련원은 통일교 산하 단체다.
또 가평군의 사업 현황 문건에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가평군이 뱃길을 조성하면 ▲통일교가 유람선을 띄우는 구조로 사업이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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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의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 현황 문건.
‘HJ’는 통일교가 강조하는 효(孝)와 정(情)을 합쳐놓은 ‘효정’을 의미한다. 동시에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이름 ‘학자’의 영어 이니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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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크루즈 유람선.
유람선에 올랐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통일교 수련원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한학자-문선명 부부의 대형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출발하고 15분이 지났는데도 한학자 총재 부부 사진이 계속해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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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크루즈를 타면 한학자-문선명 부부의 대형사진을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통일교인들이 모이는 통일교 시설물 주변에서 ▲통일교의 배를 타고 ▲통일교 총재의 사진을 10분 넘게 봐야 하는 이 유람선 사업에 세금 80억 원이 투입된 것이다.
가평군 고위 공무원 출신 통일교 단체 간부 “천년뱃길 사업은 통일교 성지순례용”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가평군청 바로 앞에 위치한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통일교 고위 관계자와 통일교 관련 단체의 간부로 있는 전직 가평군 고위 공무원을 만났다.
천년뱃길 사업에 대해 묻자 이들은 갑자기 ‘성지순례’를 언급했다.
성지순례를 온다 그러면요. 우리가, 기독교가 성지순례 이스라엘 가고, (불교는) 인도나 네팔 가잖아요. 통일교 신자들이 어디로 가요? 가평 올 거 아니에요. 거기 오는 것만 해도요. 행복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업들을 가평에서 한 게 최초로 한 사업이 또 뭐냐하면, ‘천년뱃길’ 사업을 했잖아요.통일교를 창시한 고 문선명 초대 총재는 가평군 설악면 청평호 일대를 통일교의 성지로 삼았다. ‘가평군에서 세금 80억 원을 들인 천년뱃길 사업이 사실은 통일교 신도들의 성지순례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취지의 얘기가 이어졌다.
- 통일교 유관 단체 간부 (전직 가평군 고위 공무원)
통일교는 왜 어떤 목적사업을 했냐하면은 성지순례 오든 가평 관광지가 오든 뭐든 사람들이 오면은 뭔가, 뭔가 있어야 되잖아요. 베고니아 정원 만들었죠. 새 정원이 있잖아요. 그거는 그냥 저거잖아요. 그럼 육로로는 다 됐는데, 뱃길을 한 번 보자. 그래가지고 그 길로 해서 가정 여기까지 이제 남이섬, 자라섬 들르고…이 말이 사실인지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통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명과 소속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 역시 “사업의 시작 자체가 통일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HJ크루즈에 탑승한 일반 관광객이 한학자-문선명 부부의 대형 사진을 본 후 가평군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 통일교 유관 단체 간부 (전직 가평군 고위 공무원)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은 통일교가 신도들의 성지순례를 위해 가평군에 제안한 것이었다. ▲가평군은 성지순례 얘기는 쏙 뺀 채 북한강의 뱃길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만 80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천년뱃길 사업은 민간업체 3사가 이해관계를 맞춰 가평군에 제안한 사업이다. 가평군민과 모든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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