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 시운전
‘세계 최대’ 인공 해양생태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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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제주 지역의 해조류 생산량이 1970년대 대비 95% 이상 급감했다. 제주도 해역에 서식했던 온대성 감태, 모자반과 같은 대형갈조류 개체군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감태, 모자반 등 조류는 해양생물의 먹이나 서식처 역할을 한다. 조류가 사라지는 만큼 해양생태계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를 겪는다.
이처럼 해양생태계 변화가 진행 중인 제주 해역 해양생물 자원의 생태 흐름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찾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해양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설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가 준공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는 11월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를 준공하고 이달 시운전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5년간 조성된 센터의 핵심은 1200t의 해수를 채워 해양생태계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대형 연구 수조다. 가로세로 약 17m에 최대 깊이 약 5m의 수조에 물을 채울 수 있다. 센터 바로 옆에는 지하 140m에 위치한 청정 용암해수를 확보, 공급하기 위한 관정시설도 마련됐다. 제주도 같은 화산섬 해안가 땅속에서 얻을 수 있는 용암해수에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거의 없다. 질병이 없는 해양생물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국내 해양생물의 51%가 서식하는 제주도의 해양 표층수 온도는 지난 40년간 1.3도 상승했다. 학계에서도 제주도 해역은 이제 아열대가 아닌 열대로 보고 있다. 김동성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장은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잡을 게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해양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를 분석하고 예측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시설이 바로 센터”라고 설명했다.
얼핏 보기엔 대형 수조라는 점에서 해양 생물 관람을 위한 ‘아쿠아리움’과 유사해 보이지만 센터의 목적은 다르다. 아쿠아리움이 해양생물이 사는 환경으로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센터는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환경을 폭넓게 제어한다. 수온을 20∼30도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해수에 녹아든 암모니아나 질산염, 탄산칼슘 등 다양한 물질의 농도도 조절한다.
수조의 바닥은 깊이를 다르게 한 3개의 구역을 계단 형태로 나눠 조간대와 조하대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설계됐다. 조석에 따라 항상 물에 잠겨 있는 곳을 조하대, 간조 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곳을 조간대라고 한다. 수심 2.15m와 3.63m의 두 구역을 조간대로, 가장 깊은 수심 5.12m인 구역을 조하대로 설정해 인공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연구자들은 센터 내 수조에 용암해수를 채워 각종 환경 요소 설비를 작동하는 시운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시운전을 통해 수조 내 환경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노하우를 갖추면 본격적으로 인공 생태계를 구성할 예정이다. 극한 환경에 따라 조류부터 어류까지 어떤 생태적 변화를 겪는지 살펴보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폭염 등 극한 기후현상이 발생할 때 해양생물의 피해를 사전에 예측해 조기경보 체계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김형직 제주연구소 열대·아열대연구센터장은 “열대화하면서 새로 유입되는 아열대종 생물의 종류와 특성을 사전에 연구하고 해조류의 탄소 흡수량을 정량화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물종과 생태계 구조의 변화를 분석, 예측하고 어떤 대응전략이 가능할지 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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