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토)

    [무조건간다] 맨발 치매 어르신…'오일장'에 모인 따뜻한 마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제보와 이슈의 현장에 무조건 간다, 무간다 시작합니다.

    박현우 기자 오늘의 무간다 현장은 어디인가요?

    [기자]

    네,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한 어르신의 등장으로 발칵 뒤집힌 전통시장이 있다고 해서 직접 다녀왔는데요, 영상으로 보시죠.

    [인트로 영상]

    전국에 다시 영하권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유독 추웠던 지난 14일

    '오일장'이 선 제주 한림시장 인근을

    힘없는 걸음으로 배회 중인 어르신

    그런데

    <시장 상인> "그날이 굉장히 추웠었어요. 계속 (시장을)몇바퀴를 도시는 거예요. 그런데 신발도 안 신었고 온몸을 달달 떨어가면서…"

    얇은 옷에 '맨발' 차림으로

    시장을 걷고 있었던 어르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하는데…

    제주도 '오일장'에서 무슨 일이?!

    [기자]

    사건 발생 이틀 뒤, 제주도로 무조건 가봤습니다.

    '오일장'이 열리지 않는 날이다보니 시장은 썰렁했는데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식당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연합뉴스TV 무조건 간다에서 나왔어요" "네네"

    <시장 상인> "너무 추운데 오전에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얼핏 봤는데 가시는 줄 알았더니 오후에 우리가 마감하는 시점에 계속 몇 바퀴를 도시는 거야… 맨발인데다가 점퍼도 안 걸치고 티에다가 왜소하셨는데 너무 추워 보였어요. 그때는 다 상인들도 가고 손님들이 안 올 때거든요. 그러면 혼자 더 외롭게 더 춥게 떨고 계실 수도 있거든요"

    [기자]

    어르신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장 안팎을 맨발로 돌아다녔었는데, 바쁜 '오일장', 그 누구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던 상황이었던 건데요,

    저녁 시간이 돼가며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어둠 사이로 강추위도 내려앉기 시작하자, 상인들이 의기투합 했습니다.

    <시장 상인> "같이 일하는 언니가 또 한 분 더 계시거든. 추운 데다가 점퍼를 안 걸치고 맨발인 데다가 저녁에 보였기 때문에 저희가 빨리 언니가 안으로 모시고 와가지고… 뜨거운 국물이라도 드려보자 해가지고 멸치 국수를 드린 거예요. 제주도에서 멸치국수라고 하는데 국수를 삶아서 이 육수에다가 드리는 거죠. 손도 (얼어서)젓가락질도 못하신 분인데 포크로 드려가지고 먹여 드리면서 잡수시고 약간의 치매 증상이 보였기 때문에 그런 분한테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뭐라고 돈 받겠어요. 예전에 우리 아버지 보는 듯한 그런 마음으로 너무 울컥했어요"

    [기자]

    오일장의 '정',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국수를 드시던 어르신의 '맨발'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인근 신발 가게 사장님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가게에서 '털신'을 가져와 어르신께 신겨드린 겁니다.

    <신발 가게 사장> "(또 이렇게 막상 또 장사하시는 입장에서 그걸 선뜻 내어주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이고 안 그렇습니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좀 먹다 보니까 남 일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그냥 있는 거 그냥 드린 것뿐인데요. (영상 보면 이렇게 막 고르시던데) 저는 이제 신발을 하니까 발 대충 보면 사이즈를 제가 알지 그래서 보고 이제 가지고 온 건데… 시간에 다 그런 정도 되면 보면 다 누구든지 그렇게 다 하게 돼 있어요. 다 요즘 세상이 힘들어도 보면 마음이 안 됐잖아요. 그냥 할아버지가 좀 건강하게 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여기에, 곧바로 도착한 경찰관들의 따뜻한 마음도 더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국수 드시는 모습을 같은 테이블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던 경찰관들, 혹여 할아버지가 추울까, 순찰차에서 긴팔 옷을 꺼내와 할아버지를 입혀드렸다고 합니다.

    식당으로 들어갈 땐 맨발에 얇은 옷차림이었던 어르신, 식당에서 나올 때는 이렇게 털신을 신고, 경찰관들의 옷을 입은 채로 나오셨습니다.

    <이승민 순경/당시 출동 경찰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이 스스럼 없이 도움을 주는 경우가 사실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아주머니들께서 적절하게 대처해주셨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날에 할아버지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잘 계신지도 확인을 했고 추후로도 계속 매일매일 방문할 예정입니다"

    [앵커]

    연말에 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인데, 박 기자,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신 이후 상황은 취재가 됐나요?

    [기자]

    네, 조금 전 경찰관 인터뷰대로, 한림파출소 직원분들이 하루에 최소 한 번씩 이 70대 어르신 을 직접 방문해서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또, '요양보호사'분께도 경찰관들이 직접 연락을 해서, 보호사분도 하루에 한 번 댁을 찾아뵙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또, 수소문 끝에 가족분들과도 연락이 닿았다고 하는데요, 자녀분은 제주도 말로 '육지'에 거주 중인데,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왕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자녀분은 경찰관과 통화해서 2~3개월 전까지 아버지 상태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최근 악화하신 것 같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아버지를 찾아 뵙겠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주 무간다는 여기까지입니다.

    [영상취재 김상윤]

    [영상편집 고현지]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박현우(hwp@yna.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