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첨단소재 CI |
코스닥 상장사 오성첨단소재가 최근 단행한 대규모 자산 매각과 금전 대여 결정을 두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회사가 보유한 핵심 부동산 자산을 신설 자회사에 매각하면서 그 매입 자금까지 직접 빌려주는 이례적인 거래 구조를 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자회사의 지휘봉을 오너 2세가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가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산 이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성첨단소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북 익산시 팔봉동 862-2번지와 862-4번지에 위치한 토지, 건물 및 부대시설 일체를 자회사인 오성하이테크놀로지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양도 금액은 383억원이며, 이는 오성첨단소재 자산총액의 12.91%에 달하는 거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금의 흐름이다. 오성첨단소재는 자산 양도 결정 이틀 전인 12월 16일 오성하이테크놀로지에 40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여 기간은 1년이며 이율은 연 4.6%다.
즉, 모회사가 자회사에 거액의 현금을 빌려주고, 자회사는 그 돈으로 다시 모회사가 보유한 본사 사옥과 공장을 사오는 구조다.
사실상 오성첨단소재의 현금이 자회사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형태지만, 그 과정에서 모회사의 실물 자산인 사옥과 공장은 자회사의 소유로 넘어가게 된다.
자산을 넘겨받은 오성하이테크놀로지는 2025년 11월 14일에 설립된 자본금 9억원 규모의 신설 법인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조경숙 오성첨단소재 회장의 장남인 김두인 씨다. 1985년생인 김 대표는 현재 오성첨단소재의 사내이사이자 코스피 상장 계열사인 금호에이치티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전형적인 승계 기반 다지기로 보고 있다. 핵심 제조 시설을 후계자가 대표로 있는 자회사로 이전함으로써, 김 대표가 실질적인 생산 거점과 자산을 직접 관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또한 오성하이테크놀로지는 모기업에서 빌린 돈으로 확실한 담보 자산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금융권에서 대규모 대출을 일으켜 세를 확장할 수 있는 재무적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자산 소유권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발생 이슈도 생긴다. 기존에 자가 소유였던 공장이 자회사의 소유로 바뀌면서, 오성첨단소재는 향후 생산 시설 유지를 위해 오성하이테크놀로지에 매달 막대한 임대료나 시설 이용료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용 현금의 절반 이상을 자회사에 빌려준 것도 모자라, 향후에는 영업 비용까지 지불하며 자회사의 매출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는 모회사의 현금이 오너 2세가 장악한 법인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구조를 만든다.
이번 400억원 금전 대여는 오성첨단소재의 재무적 유동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파격적인 규모다.
2025년 9월 말 기준 오성첨단소재의 별도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회사가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685억원과 단기기타금융자산 60억원 등 총 745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자회사에 대여하기로 한 400억원은 모회사가 보유한 전체 가용 현금의 53.67%에 달하는 자금이다.
그리고 오성첨단소재는 지난 15일에 이미 '운영자금대여' 명목으로 45억원을 오성하이테크놀로지에 대여한 내역도 있다.
회사의 현금 절반 이상을 오너 2세가 대표로 있는 신설 법인의 자산 취득을 위해 묶어버린 셈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은 신규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나 주주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오성첨단소재는 이익잉여금이 700억원이 넘게 쌓이도록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이번에 보유 현금이 상당부분을 오너 일가가 경영하는 신설 회사에 비교적 낮은 금리로 빌려주면서, 일반 주주들도 누려야 할 투자 기회와 자금 운용의 이익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자산의 소유권이 오너 2세가 경영하는 비상장 자회사로 넘어가면서 기존 일반 주주들이 누려야 할 자산 가치의 상승분이 오너 일가에게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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