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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베네수엘라 압박 수위 높이는 트럼프…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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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압박의 명분이 수시로 바뀌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혼선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 봉쇄’를 명령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를 지시하며 “적대적인 정권이 미국의 석유나 영토를 차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은 즉각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반입이 의심되는 선박을 공격했을 당시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베네수엘라 갱단원들을 미국 영토에서 축출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를 거론하며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것도, 미국에 마약을 들여보내는 것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초기에는 갱단과 마약 단속을 압박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셈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그는 이를 부인했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가 자발적으로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력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 10일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를 대비해 은밀하게 후속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지난 16일 발행된 배니티 페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마두로를 권좌에서 축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스 실장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가 항복할 때까지 계속 배를 격침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의 목표가 마두로 정권 축출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즉흥적으로 전개되는 데다, 외국 정부 전복을 시도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비판해 온 해외 분쟁에 개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압박 명분이 불분명하면서 미국 정치권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콜로라도)은 “(행정부에) 일관된 전략이 있다면 의회는 분명 그것을 듣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종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지난 16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의 비공개 브리핑 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정책이 “혼란스럽다”고 비판하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다. 마두로를 무너뜨리는 것이 정책이냐.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일부 관리들은 행정부 내부 논의에서 압박 캠페인의 여러 근거가 동시에 거론되지만, 백악관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취한 베네수엘라 석유 선적에 대한 조치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과 목표를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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