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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커피 마실 때마다 ‘분통’” 애써 참았더니, 결국 사라진다…빨대 전쟁, 피해자만 수두룩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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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종이 빨대.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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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제 빨대는 ‘플라스틱’만 남을 것”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

    결국 대체재 ‘종이빨대’에 대한 소비자 반발로 무기한 유예된 데 이어, ‘철회’ 수순에 돌입했다.

    바로 정부가 재질에 관계 없이 고객이 요청할 경우 빨대를 지급하는 것으로 관련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

    이는 곧 제약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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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빨대가 가득 든 상자가 창고에 쌓여있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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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 종이빨대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종이빨대를 생산한 중소기업들. 오락가락 빨대 정책으로 밥줄이 끊긴 업체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심지어 새로운 정책의 친환경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여론에 따라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금지’ 플라스틱 빨대만 생존 결론
    지난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빨대를 고객 요청 시에만 지급하는 방안을 연내 발표할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빨대를 종이·플라스틱 등 재질과 관계없이 무상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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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카페 쓰레기통에 빨대가 버려져 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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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종이빨대가 특수코팅을 해야 하는 거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한 경우가 많았다”며 “종이빨대든 플라스틱 빨대든 매장 내에서 안 쓰게 하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지급하는 걸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현 기후부)는 지난 2022년 11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무기한 계도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대체재인 종이빨대를 사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데다, 환경부 스스로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악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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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 비치된 일회용 컵과 빨대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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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한때 다수 외식업체가 사용했던 종이빨대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현행법상 ‘사용 금지’ 대상인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다시금 확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질과 관계없이 빨대를 제공하게끔 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종이빨대’ 도입 정책이 철회됐다는 판단이 나온다.

    문제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과 함께 종이빨대 생산에 돌입했던 기업들. 해당 기업들은 이미 정책 무기한 유예와 함께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업무보고 내용대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이 발표 및 추진될 경우,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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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빨대. 플라스틱과 종이빨대 두 종류가 비치돼 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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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가 용역을 통해 확인했더니 종이빨대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공식화된 것 아니냐”며 “(업무보고 내용대로)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 종이빨대 관련 산업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이 유예된 2023년말부터 종이빨대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빨대를 도입했던 대표적인 커피숍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코리아가 전국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를 비치하며, 화제가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종이빨대 업체들만 타격을 입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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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 버려진 일회용 컵과 빨대 쓰레기.[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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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현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40명 넘던 직원을 10명으로 줄이고 버티고 있지만 파산이 눈앞이다. 기존 17개 업체가 6개로 줄었다”며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새로운 ‘요청 시 제공’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업무 과정이 복잡해지는 데다, 소비자와 분쟁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사용률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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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 일회용 컵 쓰레기가 쌓여 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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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평소 빨대를 비치해 놓고,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는데 이걸 일일이 확인해서 물어보고 지급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며 “차라리 빨대에 돈을 받으면 모를까, 원래도 필요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건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에 돈 낸다?…보증금제 위축 우려도
    아울러 기후부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중 하나로 일회용 컵의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유상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탈플라스틱 대책에 담겠다고 밝혔다. 일회용 컵 가격을 얼마나 받을지는 자율적으로 정하되, 생산원가 등으로 최저선을 설정해 100~200원 정도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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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 쌓인 일회용품 쓰레기.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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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고,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는 또 다른 정책이다. 애초에 일회용 컵을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텀블러 등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것.

    김 장관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경우) 점주는 점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편하고 컵에 스티커도 붙여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며 “컵 가격을 내재화하고, 다회용 컵 인센티브와 연계해 플라스틱을 원천 감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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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버스정류장 의자에 버려진 일회용 컵들.[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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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여기에 대해서도 정책 후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회용 컵에 가격을 책정하는 게,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상충할 수 있기 때문. 결국 일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다회용기’ 사용이 필요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또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선행 단계로 여겨진다.

    궁극적으로는 카페 등 업체에서 테이크아웃 전용 다회용기를 사용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일회용 컵에 돈을 받기 시작하면, 업체가 다회용기를 사용할 이유가 부족해진다. 소비자들이 텀블러를 챙기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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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카페 내에서 고객들이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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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소장은 “(쓰레기를 줄이려면)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증금 제도가 필요하다”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인 보증금제 자체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정부의 인식이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부는 다음 주 초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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