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부 업무보고서 '北매체 접근권' 확대 지시
"적대 완화는 통일부 역할" 당부
외교부와 불협화음 교통정리도
"자본시장 범죄, 엄정한 태도를"
법무부·대검찰청에 처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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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며 북한 신문·TV 등에 대한 대국민 접근권 확대를 지시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한 그간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통일부·외교부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법무부에는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또 ‘초코파이 절도’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한 고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자료에 대한 국민 접근이 제한되는 데 대해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통일부의 업무보고에 포함된 ‘노동신문, 북한 TV 등 북한 자료 접근 확대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에 대한 의견이다. 북한 매체 등의 자료를 단순 열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의 웹사이트는 국내 접속이 불가하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 및 학계 등에서는 가상사설망(VPN) 등으로 우회 접속해 열람해왔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원법에 근거한 특수 자료 지침으로 묶어두는 등 국정원·법무부 등은 조금 다른 의견”이라고 덧붙이자 이 대통령은 “국정원은 괜찮지만 국민은 홀딱 넘어가서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고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노동신문을 개방하는 문제는 과거 진보 정부뿐만 아니라 보수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해 정책적인 동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열어 놓으면 된다”고 개선을 지시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부·통일부 간 불거진 대북 정책 ‘불협화음’에 대해 교통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에 “능동적인 업무 수행을 통해 대한민국의 영토를 확장한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통일부에는 “북한이 접촉을 원천 거부하는 상황을 인내심을 갖고 개선해야 하고 적대가 완화되고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주도하는 역할은 역시 통일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하듯 정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각각 이뤄진 브리핑에서 한목소리로 “(두 부처 간에) 긴밀하게 협의,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측은 차관급 정례회의를 통해 매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뿐만 아니라 통일부 실장과 주한미국대사관 공사관 급의 정례 협의도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 장관이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재차 밝힌 가운데 조 장관은 “통일부의 입장을 검토 중이고 국가안보실에서 여러 부처 위원들이 함께 논의해 정부 입장을 만들어야 할 것”고 답했다. 통일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업무보고에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프로젝트 재추진, 국제 원산갈마 평화관광 등 대북 정책 구상을 공개했다. 역시 대북 제재 해제 또는 우회 등이 선결 조건인 구상들이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엄정 처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태도를 보여주고 실제 시도 자체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며 “지금 너무 방치돼 있는데 시도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찰총장 직무대리)도 “양형 위원회와 논의해 양형 기준에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초코파이 절도 기소’ 사건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가치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과 재력에 따른 범칙금 차등화 등 의제 검토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영상으로 보니 ‘나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니까 마음대로 해도 돼’ 하고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더라”며 “연령을 좀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검토한 바 있나”라고 물었다. 법무부에서 내부 논의를 한 적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의제로 만들어서 보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교통 범칙금 등은 재력이 되면 5만 원, 10만 원도 아무 상관이 없지 않나. 제재 효과가 누구한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으니까 공정하지 않다”며 법무부에 점검을 주문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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