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가운데)이 19일 재판 참석을 위해 의정부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남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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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시행 후 첫 수사 대상이 됐던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의 책임을 물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9일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 대해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고 그에 따라 지시를 했으며, 그룹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보고 받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상황이 객관적으로 나타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처법이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확립할 경영책임자로서의 의무가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정 회장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1월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는 골재 채취를 위한 천공 작업 중 흙더미가 무너지며 3명의 노동자가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표산업의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임 아무개씨와 사고 현장 사업소장인 최 아무개씨에게는 각각 금고 2년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 외 함께 기소된 양주사업소 전·현직 직원들에게는 금고 2∼3년을 구형했다. 삼표산업 법인에는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사고 현장이 붕괴에 취약한 슬러지(돌가루) 야적장이었음을 지적하며 붕괴가 “합리적으로 충분히 예견 가능한 위험”이었으나 “삼표산업은 전조증상을 무시하고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체된 슬러지를 처리할 방안을 세우지 않았다”며 “작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에서는 정 회장을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을 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보고받은 것은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그룹 차원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일부 관여한 것에 불과하고 사회가 총수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다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룹의 전국 80여개 사업장에 대한 안전분야 의사결정을 피고인이 한다고 보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붕괴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가 현장을 살펴봤을 때 붕괴 위험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을 뿐더러 사고 직전 발생한 유사 소규모 사고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받지 않아 알면서 방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정 회장은 “법적인 책임 소재를 떠나 그룹 오너로서 우리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안전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을 제 마지막 소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 등에 대한 선고 기일은 내년 2월10일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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