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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아일랜드가 유럽 안보의 '구멍'이 된 까닭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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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사람은 부모 슬하를 떠나 '독립'하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 돈 걱정을 하게 됩니다. 국가는 제국 치하에서 독립하면 외국과의 전쟁이라는 '안보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안보 걱정은 독립 국가의 무거운 멍에이면서 동시에 자랑스런 배지입니다. 하지만, 독립 국가의 이 멍에이자 배지인 안보 걱정에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신생 국가들은 어떻게든 이 부담을 지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의 위정자나 국민들은 '중립'이라는 지위를 좋아합니다. "너희들은 싸워라. 난 세상일에 초연하게 맘 편히 살테다"가 이들 신생국 사람들의 꿈입니다. 하지만, 트로츠키가 말했듯, "너는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현실입니다. 전쟁을 피해 산 속으로 피란가면 잠시 전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승리한 쪽 치하에 떨어지게 됩니다. 국제관계에서 '중립'은 "이기는 쪽에 머리 숙이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강대국들이 '완충지대'로서 서로 합의해 특정 국가를 '중립국'으로 만드는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강대국들이 싸우고 있는데 스스로 "우리는 중립"이라고 선언하는 약소국은 "아무나 이기면 그 밑에 들어갈게"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일랜드는 16세기 영국에 의해 침공을 받은 후 계속해서 영국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949년에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했습니다. 물론 아직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동안 국가가 아니었다보니 아직도 아일랜드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제정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월 25일자 '빅리드' 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제대로된 해군 함정도 몇 척 없고, 공군엔 제트 전투기도 없습니다. 외적의 침입을 감시할 레이더도 소나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공중 방어는 아직도 영국 공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토 소속 이웃나라들은 국방비를 GDP의 3%로 올린다거나 5%로 올린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아일랜드는 GDP의 0.25%만 국방비로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일랜드 국민은 최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중립'을 더욱 중시하는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중립 중독'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유럽의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출발한 해저케이블은 대부분이 아일랜드를 경유합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서쪽 끝일뿐만 아니라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유럽 본부를 대거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인터넷망의 허브인 아일랜드가 이 해저케이블을 지킬 함정도 제대로 안 갖추고 있어서 유럽인 모두가 걱정스러워할 유럽의 '안보 구멍'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일랜드가 언제 '안보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정상적인 '독립' 국가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그래픽=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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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러시아 선박들이 대서양 횡단 인터넷 케이블이 얽혀 있는 해저 위를 배회하며 아일랜드 해안 주변을 처음 기웃거리기 시작했을 때, 아일랜드 해군 장교들은 냉전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선박들이 점점 더 많이 도착하면서 러시아가 전 세계 통신 및 금융 거래에 중요한 수중 인프라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매일 대서양 횡단 데이터의 4분의1 이상을 전송하는 케이블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영국과 미국 등 우방국들의 경고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해군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군사적 중립국이라는 지위가 현대 정체성의 상징인 아일랜드는 자국의 해상 안보에 있어 방관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아일랜드는 국제적인 골칫거리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적인 테크 업계 및 무역의 거점으로 부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영해 내의 필수 인프라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스코틀랜드 인근에서 영국 왕립공군(RAF) 항공기를 레이저로 겨냥하고 아일랜드 해역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던 러시아 첩보선 얀타르(Yantar)호가 목격되면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얀타르호는 러시아의 비밀 심해 연구조직인 심해연구총국(GUGI)이 운영하며 해저 케이블을 지도화하고 감시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아일랜드는 1946년까지 해군이 없었고 1969년에는 군함이 바닥났으며, 현재는 재정 부족으로 인해 보유 군함 8척 중 4척만 운용 중인 섬나라다. 세 명의 유럽 해군 장교들이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보안 인프라가 부족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들과도 단절되어 있으며 기밀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친미 나토(NATO) 국가들은 러시아 선박의 접근과 같은 잠재적 위험을 알릴 수 없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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