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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마이크론·브로드컴 희비 가른 CEO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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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컴 ‘낮은 AI 마진’ 언급에 투자심리 급랭

    마이크론 “HBM 완판·고마진” 자신감에 주가 급등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브로드컴이 나란히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반도체 업계에선 두 기업 경영진의 컨퍼런스 콜 발언이 인공지능(AI) 버블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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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경영진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투자자들의 모습.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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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실적' 브로드컴, 3거래일 간 16% 급락



    브로드컴 주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실적발표 직전 406달러대였지만, 12일 장 시작과 함께 약 11% 급락해 360달러 수준에 거래됐다.

    이후 3거래일간 총 16% 하락하는 급락 흐름이 이어졌다.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브로드컴은 2025회계연도 4분기 매출 180억2000만달러(약 24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174억7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95달러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탄 혹 엥 브로드컴 회장이 “AI 매출은 기존 사업 대비 총마진이 낮은 구조”라며 “하반기에는 시스템 출하량 증가로 외부 부품 사용 비중이 확대돼 매출 대비 총마진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하자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탄 회장이 “향후 총마진 금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며, 높은 성장률을 통해 영업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시장에선 ‘AI 매출의 총마진이 낮은 구조’라는 발언에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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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 혹 엥 브로드컴 회장[사진=KAIST]




    브로드컴은 지난해 12월 2024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맞춤형 AI 주문형 반도체(ASIC) 수주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공개해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값비싼 A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거나, 브로드컴이 AI ASIC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여전히 6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 회장이 ‘낮은 마진’을 언급하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현 다올증권 연구원은 “AI 매출 비중 확대 과정에서 매출 대비 총마진율 하락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점이 주가 조정의 배경”이라며 “AI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영업이익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HBM 완판" 강조한 마이크론, 주가도 고공행진



    17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전혀 달랐다.

    마이크론은 1분기 매출 136억4300만달러, 영업이익 61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6%, 영업이익은 182% 증가한 수치로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강하게 반등해 장중엔 13% 이상 오른 263달러에 거래됐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추가 상승 흐름을 보였다.

    마이크론은 이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년 전체 HBM 공급 물량과 가격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8년 1000억달러 규모의 HBM 시장은 2024년 전체 D램 시장보다 더 크다”며 “HBM 수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도 분명히 했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로 약 68%를 제시했으며, 메흐로트라 CEO는 “D램과 낸드 모두 마진이 70%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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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 [사진=마이크론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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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향후 마진 상승 속도는 점차 완만해질 수 있으나, 이는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업황 둔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결과적으로 우리는 마이크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음이 명백해졌다”며 “다년 계약, HBM 가시성, 설비투자 규모가 모두 확인되면서 주당 40달러 이상의 수익 창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권사 베어드는 “경영진이 언급한 ‘현재 전체 D램 수요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만 충족할 수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며 “회사 역사상 가장 타이트한 메모리 반도체 수급 환경으로 보인다”고 했다.

    컨퍼런스콜 발언에 민사 소송도 가능한 美, 그만큼 신뢰 높은 편



    경영진의 컨퍼런스콜 발언에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에서 해당 발언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의 경영진 발언 역시 공식 공시와 동일하게 증권 관련 법적 책임 대상이 된다.

    실적, 수요, 가이던스와 관련해 허위 진술이나 중요한 사실 누락이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연방 증권거래법 10b-5 조항에 따라 주주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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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말했다간 소송" 컨퍼런스콜에서 신중하게 발언하는 기업 경영진.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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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실적 발표나 사업 전망 발언을 둘러싸고 소송이 제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주문 가시성이나 수익성 구조에 대한 발언이 이후 실적과 크게 어긋나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미국 반도체 기업 경영진은 컨퍼런스 콜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최대한 피하고, 리스크 요인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도 컨퍼런스콜 발언이 허위이거나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 경우 자본시장법상 민사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증권 집단소송 요건과 손해 입증 부담이 높아, 미국처럼 경영진 발언이 즉각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의 컨퍼런스콜 발언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설적인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법적 환경이 오히려 경영진 발언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라며 "회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공식 창구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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