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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장난감 말고 '레티놀 세럼' 사주세요."
최대 성수기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장난감 업계가 부진에 빠진 사이 뷰티 업계는 뜻밖의 '어린이 손님' 덕분에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소비력을 자랑하며 뷰티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 소비자, 이른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 '세포라 걸스'(Sephora Girls)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틱톡, 유튜브 등 SNS(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함께 준비해요'(GRWM·Get Ready With Me) 영상 속 뷰티 루틴을 그대로 따라 하며 성인용 화장품 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SNS 유행에 대한 알파세대의 폭발적인 호기심이 뷰티 산업계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세포라 키즈가 뷰티 산업계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SNS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외모지상주의에 아이들이 물들어 가고 있다며 '세포라 키즈' 열풍은 미성년자의 피부 손상, 외모 강박 등 신체적·정신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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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보다 레티놀 세럼"…뷰티업계 큰 손 '세포라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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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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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린이들은 캐릭터 인형 등 장난감에 열광했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난 알파세대의 호기심은 SNS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로 향한다. 특히 SNS서 확산한 GRWM 영상은 성인용 화장품을 이용한 '뷰티 케어'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따라 해야 할 일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14세 소녀 롤리 쉴드는 최근 영국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틱톡에서 본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피부관리를 매일 아침, 저녁마다 따라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비타민C 세럼, 레티놀, 각질 제거제 등을 사기 위해 매달 300유로(약 51만원) 이상씩 쓴다"며 "내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이런 관리는 필수적이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NS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 하나가 아이들의 성인 화장품 구매 요구를 자극했고, 이는 뷰티업계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부모의 약 45%는 어린 자녀를 위해 성인용 화장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태티스타는 "알파세대는 뷰티 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소비자"라며 "올해 알파세대의 피부관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알파세대는 뷰티 시장에서 연간 20억달러(약 2조9578억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 CBS뉴스에 "지금의 어린 고객은 향후 10~20년을 책임질 핵심 소비자"라며 "브랜드 충성도를 일찍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세포라 키즈', '세포라 걸스'로 검색한 결과 /사진=틱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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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알고리즘이 설계한 '뷰티 잔혹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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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라 키즈 열풍이 거센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 경고도 뒤따른다. 아일랜드의 피부과 전문의 헬렌 마모어 박사는 더타임스에 "아직 주름 하나 없는 아이들이 고농축 레티놀이나 산(Acid) 성분에 집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기이한 광경"이라며 "아이들이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피부 장벽 손상과 염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포라 매장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한 매장 직원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0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기능성 테스터 제품들을 마구 섞으며 매장을 초토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아이들의 얼굴이 강력한 화학 성분에 노출되어 이미 붉게 달아오르고 화끈거리는 '피부 장벽 붕괴'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GRWM 영상을 공유하는 아일랜드의 14세 크리에이터 에이바 블랙모어는 "틱톡에서 본 토너를 사서 사용했다가 여드름이 더 심각해졌다"며 "이후 성인 화장품 사용에 신중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CBS는 심리학 연구를 인용해 "'세포라 키즈' 현상은 아이들에게 완벽한 외모에 대한 강박을 너무 이른 나이에 학습시킨다"며 "이는 자존감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에 외모에 대한 극심한 불안 증세와 자아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는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경고음에 정치권에서는 아이들의 성인용 화장품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과 단속의 한계로 무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레티놀 등 특정 안티에이징 성분이 함유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매장에 주의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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