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301 조사 가능성까지 시사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현지 시각 18일로 예정돼 있던 KORUS FTA 공동위원회 이행 회의를 취소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0월 한미 양국이 통상 프레임워크를 업데이트한 이후 처음 열릴 공식 협의체였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한 미 정부의 강력한 경고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현지 소식통과 POLITICO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회의 취소의 핵심 배경은 한국 국회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미 행정부는 해당 입법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기존 통상 합의와 배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에 따르면, 특히 최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 등 미국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관련 조사와 규제 압박이 이어진 점도 미 측의 불만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규제 과잉’이자 부당한 대우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통상 보복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 규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역법 301조(섹션 301) 조사 착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최근 의회 브리핑에서도 “미국 기술 기업을 차별하는 디지털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앞서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행정부가 실제 외교·통상 일정 취소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디지털 규제가 본격적으로 한미 통상 현안의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며 “향후 한국의 입법·정책 방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5대 쟁점(표=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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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구글의 1대 5000 축적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다시 미뤘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관련 협의체 회의에서 반출 여부를 결론 내리지 않고, 구글에 보완 서류를 내년 2월 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9개월째 이어진 심사는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는 구글이 공개적으로 밝힌 안보시설 가림·좌표 비노출 수용 의사가 신청서에 반영되지 않아 정확한 심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완 서류 제출 전까지 심의는 중단된다. 정부는 “법적 심사 기한 연장이 아니라 서류 보완 요청”이라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로 구글과 한국 정부 간 고정밀지도 반출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고정밀지도는 안보 민감성이 크고, 디지털트윈·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데이터라는 점에서 반출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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