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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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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계 정치'도 '윤석열 어게인'… 거꾸로 가는 국민의힘 [노변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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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이준석 '축출' 때와 비슷
    당내 비판으로 징계… "나치와 같다"
    지지층 재결집 시급한데 분열만 가속

    편집자주

    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일보

    2024년 12월 11일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본청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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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의 과도한 우경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권고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2022년 '이준석 몰아내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서 당내 비판 세력을 당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징계로 축출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와 그의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당게)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까지 속도전으로 전개되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친한계 축출'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의 노선에 이어 '징계 정치'까지 '윤 어게인'과 같이 거꾸로 가고 있다 탄식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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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26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 도중 휴대폰으로 이준석 대표 중징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메시지 입력창에는 강모 선임행정관의 이름이 입력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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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이준석 대표 몸집 키워가자 징계로 죽여"


    이번 친한계 징계 시도는 2022년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대표직에서 쫓아낼 때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권력을 쥔 쪽에서 징계를 활용해 유력 정치인의 미래를 박탈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당시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는 '성상납 의혹' 등을 이유로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강행하며 이 대표 몰아내기에 앞장섰다. 이 대표 사퇴 이후 윤 전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가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셌다. 이 대표가 이후 경찰·검찰로부터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윤 전 대통령 의중을 좇아 당대표를 축출한 '국민의힘의 흑역사'가 됐다.

    최근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 간 갈등도 본질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전 대표가 내년 6·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장동혁 지도부가 당무감사위·윤리위를 동원해 잠재적 경쟁 대상을 제거하려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될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잠재적 당권 주자인 한 전 대표를 없애 친한계를 와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징계 때도 이 대표가 대선 주자로 몸집을 키워가자, 이 대표를 죽이려 했던 것 아니냐"며 "장 대표 측이 '당무감사위가 독립기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한 전 대표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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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하던 2021년 7월, 서울 광진구에서 이준석(오른쪽)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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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을 향한 비판을 징계 근거로 삼아… "나치와 같다"


    정치인의 '쓴소리'를 징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2022년 이 대표를 축출한 뒤 '양두구육' 등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2차 징계에 착수했다. 그해 10월 "국민의힘 당원과 국민의힘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비난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로 의결했다. 사실상 총선 출마 가능성까지 차단한 셈이다. 이듬해엔 이언주 당시 부산 남을 당협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도 '총선 폭망' 등 발언을 이유로 징계했다. 이번에도 당의 우경화를 비판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당을 북한에 빗대고 장 대표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징계 수위는 윤석열 정권 때보다 한층 높다. 당시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이언주 위원장은 '주의 촉구' 처분을 받은 것과 달리,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당원권 정지 2년 권고라는 초강수를 뒀다. 2023년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으로 김재원 당시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결정했던 것과 대비된다. 같은 해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태영호 전 최고위원도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에 그쳤다.

    대중 정당으로서 '국민 정서' '당의 명예' 등을 윤리적 기준으로 삼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혐오·차별 발언도 아닌 '쓴소리'를 징계 이유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보수 정당의 정체성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크다.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정치인 '말'을 처벌한다는 건 히틀러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나치당처럼 되는 것"이라며 "당원 게시판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전 최고위원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던 여 전 위원장은 "한쪽이 다른 쪽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통합을 위한 건설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딴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건 민주정당에서 볼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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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왼쪽)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식당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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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기반 균열... "한동훈 징계하면 '팬덤'이 지선서 표 주겠나"


    그때나 지금이나 '징계 정치'가 당의 지지기반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이준석 몰아내기로 시끄러웠던 2022년 국민의힘 지지율은 집권 1년 차 여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급락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공식으로 자평해 온 이른바 '세대포위론'의 두 축인 2030세대와 6070세대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22년 6월 1주 차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은 53%를 기록했지만, 8월 1주 차 24%로 폭락했다. 이 대표 축출 정국을 거치며 두 달 사이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도 45%에서 34%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옛 친윤계 한 의원은 "이 대표를 몰아내기로 정권 초 국정동력을 상상 부분 상실했다"며 "그때야 빠질 지지율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이준석 몰아내기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직후여서 그나마 피해를 감수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6·3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있어 후폭풍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 전 대표를 징계하면 '한동훈 팬덤'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냐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도 품어야 한다는 게 지도부 입장 아니었나"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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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8년 6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지방선거 참패를 반성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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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1년 뒤 지방선거... 2018년 참패 되풀이 우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여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 자리를 내줬다. '새누리당' 당명을 버리고 '자유한국당'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외교 이벤트가 있었던 데다, '탄핵 책임론' 공방에 친박·비박 간 소모적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면서 전통 보수 재결집에 실패한 게 패인의 하나로 꼽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쿠데타"라며 거리로 나선 '아스팔트 보수'와 끝내 절연하지 못한 것이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정통 보수 지지층 복원의 걸림돌이 된 측면이 없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30%대이던 당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았던 것처럼, 윤 전 태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도 30%대에서 20%대로 주저앉았다. 내년 지선을 앞두고 시급해진 보수 재건을 위해선 이탈한 10% 지지층을 돌려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계엄을 옹호하는 극단적 목소리에 단호하게 선을 긋겠다는 변화의 신호를 분명히 한다면 정통 보수 지지층이 재결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강성 지지층의 정서적 반발은 일정 기간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제1 야당으로, 국민의힘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여간 찬탄파와 반탄파 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파인 만큼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당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측이 '선당후사' 정신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장·한 갈등'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여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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