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능청 연기에 객석 환호
한국식 유머 강화…거침없는 욕설도
거대 왕뱀 등장에 시선집중
내년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20일 ‘비틀보이즈 이벤트’에 참여하는 관객들로 가득찬 LG아트센터 서울 로비(사진=이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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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2021년 초연 당시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개막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식 유머를 강화하는 한편, 관람 연령을 기존 8세에서 중학생 이상으로 조정해 표현 수위를 높였다.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동명 영화(1988)가 원작인 작품이다. 갓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이사 온 낯선 가족을 내쫓기 위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 있는 ‘비틀쥬스’와 손을 잡고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토니어워즈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맷 디카를로 연출은 “팀 버튼 영화의 미학과 이미지는 살리면서 새로운 관점과 유머 감각을 무대에 올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유령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스타일의 무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 김준수(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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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무대 장악한 김준수
“누가 시작부터 발라드를 부르냐고! 이 분위기 나보고 띄우라고?” 줄무늬 양복에 초록색 머리, 100억 년 묵은 악동 유령 비틀쥬스 역의 김준수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김준수는 데뷔 이래 첫 코믹 연기라는 수식이 무색할 만큼, 망가짐을 불사한 춤과 과장된 제스처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죄송, 우리 공연에 욕이 조금 나와요”라고 미리 운을 뗀 뒤, 거침없는 욕설을 능청스럽게 내뱉으며 객석의 웃음을 터뜨렸다. 또 “난 네 통장의 잔고처럼 사라져”라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함께 손끝에서 불 마술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비틀쥬스 분장을 한 8명의 클론(분장 배우)과는 흥겨운 탭댄스를 펼쳤다. 김준수가 그려낸 ‘비틀쥬스’는 위협적인 악동 유령이라기보다 앙증맞은 유령에 가까웠다. 양팔을 흔들며 “언제나 난 네 편이야”라고 애교를 부린 뒤,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라는 밈 대사를 흉내내며 퇴장하는 순간에는 이날 가장 큰 웃음이 쏟아졌다.
거대한 퍼펫 눈길…울림 남기는 대사
무대 곳곳에선 거대한 퍼펫(인형)들이 쉴 새 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얼굴 모양 퍼펫이 아래에서 솟아오르는가 하면, 왼편에서는 거대한 왕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타나기도 한다.
작품은 코믹한 장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죽은 엄마를 찾아 저승으로 뛰어든 리디아 앞에서 유령들은 “다시 산다면 더 많이 울고 웃으며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또 “삶은 예측불허의 파도타기”, “사는 건 번거롭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번거로움” 등의 대사는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웃음으로 가득 찬 무대 끝에서, 공연은 살아 있는 지금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공연은 내년 3월 22일까지.
뮤지컬 ‘비틀쥬스’의 한 장면(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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