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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9 (월)

    일본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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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2025 글로벌 금융허브 탐방단


    매일경제

    지난 10일 일본 도쿄도 주오구 도쿄증권거래소를 방문한 2025 글로벌 금융허브 탐방단. (왼쪽부터)오석진·오진혁·홍유민·김보은·호수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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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현상은 이념이 아닌 ‘논리’와 ‘데이터’로 접근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표를 보고 해석하는 것뿐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수많은 변수를 객관적으로 해석해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지난 9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회의실. 김봉기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장의 묵직한 조언에 테이블에 둘러앉은 예비 금융인 5명의 펜 끝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밖으로는 일본 금융의 중심지 도쿄 지요다구의 마천루가 펼쳐졌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온전히 강연자의 입에 쏠려 있었습니다.

    국가공인 경제·경영 이해력 인증 시험인 매경테스트 성적 우수자 중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 ‘2025 글로벌 금융허브 탐방단’ 5인(호수빈·김보은·오석진·오진혁·홍유민)은 지난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일본 경제의 심장부를 찾아 ‘살아 있는 경제’를 체험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의 끝을 목격하다
    탐방단의 핵심 일정 중 하나는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방문이었습니다. 김 소장은 ‘일본 실물경제 정밀 진단’을 주제로, 최근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을 지나 어떻게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일본 경제가 생산과 수출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에서는 다소 부진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에서도 수출 금액은 증가했지만 물량은 감소하는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도 명목임금은 상승 중이나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서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면서 “다만 임금 상승과 기업의 가격 인상으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의학도 출신으로 헬스케어와 금융 간 융합을 꿈꾸는 오진혁 씨(25)는 “이념이 아닌 논리로 접근하라는 말씀에서 수치 너머의 구조적 딜레마를 엿볼 수 있는 시야를 얻게 됐다”며 “성공적인 투자는 단순 재무 예측을 넘어 규제와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호수빈 씨(24) 역시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접했던 일드 커브(수익률 곡선)가 실제 시장의 불안 심리나 은행 수익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히 이해했다”며 “하나의 모델이 아닌 다양한 케이스를 융합해 예측한다는 점에서 실전 경제학 수업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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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일본 도쿄도 주오구 도쿄증권거래소를 방문한 2025 글로벌 금융허브 탐방단. (왼쪽부터)김보은·오석진·호수빈·홍유민·오진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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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오션’ 일본에서 살아남은 한국 금융의 저력
    탐방단은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현지 법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리테일 영업을 성공시킨 신한은행 일본법인 ‘SBJ은행’을 찾기도 했는데요. 132개 은행이 경쟁하는 일본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SBJ은행 측은 ‘철저한 현지화’와 ‘니치마켓(틈새시장) 공략’을 꼽았습니다.

    김보은 씨(23)는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과의 신뢰를 우선했다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철학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진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 ‘좋은 경제인’의 기준을 세우게 된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오석진 씨(24)는 “고령층 친화적인 UI/UX(사용자경험)와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모델로 중소기업의 금융 문턱을 낮춘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래 금융 리더로 성장할 나침반 얻어”
    탐방단은 일본 자본시장의 근간인 도쿄증권거래소도 방문했는데요. 최근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부활한 배경엔 정부와 거래소의 강력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홍유민 씨(23)는 “과거엔 종이에 일일이 써서 주문을 넣었던 만큼 럭비 선수처럼 건장한 체격의 직원이 많았던 시절부터 초 단위로 거래가 체결되는 현재의 ‘애로헤드’ 시스템까지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이 같은 현장 경험은 팀 프로젝트인 ‘코스피 5000으로 가는 길: 일본의 밸류업을 벤치마킹하여’로 이어졌습니다.

    탐방단은 일본이 투자자 유인책뿐 아니라 주주 환원 시 세제 혜택 등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주가 상승 개선안을 요구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보고서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자율 공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책 강제성과 세제 혜택, 상법 개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탐방단은 이번 여정이 각자의 진로에 확실한 이정표가 됐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김보은 씨는 “단순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어떤 경제인으로 성장해야 할지 알려준 나침반과도 같은 시간이었다”며 “현장에서 익힌 통찰을 바탕으로 정책과 시장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인재가 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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