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만에 日 최대 원전 재가동
日 에너지 전환 정책 중대 분기점
정부, 향후 5년간 2100억엔 투입
칩·로봇·바이오 분야 등 집중지원
송전망 정비·용수 규제 완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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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운영이 중단된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공통점이 많다. 운영사가 도쿄전력으로 후쿠시마 원전과 같고 발전 방식도 ‘비등수형 원자로’로 동일하다. 위치 역시 후쿠시마 원전이 자리한 동일본 지역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트라우마가 다른 여느 원전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이미 10년 전인 2015년 원전 국가 회귀를 선언했음에도 이번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이 일본 에너지 정책의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번 결정 뒤에는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 정부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 재가동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니가타현 주민들의 원전 재가동 찬성 비율은 50.6%, 반대는 47.1%로 막상막하였다. 이에 일본 정부는 총 1000억 엔(약 941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피난 도로 정비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총 7기 가운데 6호기가 내년 1월 20일 재가동 된다. 도쿄전력은 7호기 등 다른 원자로도 순차적으로 가동 재개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6·7호기가 재가동되면 니가타현에 4396억 엔(약 4조14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재가동되는 원전 전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 100%를 원전에서 끌어오는 업체에 시설 투자비 절반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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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2일 열린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실행 회의에서 탈탄소 전력을 100% 사용하는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대해 투자비의 최대 절반을 보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총 2100억 엔(1조 9800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반도체와 산업용 로봇, 의약품과 같은 산업 경쟁력이 높은 업체에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송전망을 조기에 정비하고 공업용수 활용이 쉽도록 규제 완화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2.9%에서 40~50%로, 원전은 8.5%에서 2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에너지 전환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전 재가동이 속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산업계의 전력원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금을 내건 행보로 읽힌다.
올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지난달 AI와 첨단 로봇, 양자, 반도체·통신, 바이오·헬스케어, 핵융합·우주 등 6개 분야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은 모두 막대한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5년 규슈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며 일본은 ‘원전 국가’로 돌아왔다. 다음 달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이 재가동 되면 일본 내 재가동 원전은 모두 15기로 늘어난다.
올 들어서는 원전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인 2월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의존 축소’ 문구를 삭제하고 “원전을 가능한 한 최대한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도 필요하지만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원자력이라고 본다”며 “에너지 자급률 100%를 목표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로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 및 국산 핵기술 개발이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부활’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고 판단하는 일본 정부는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홋카이도 도마리원전 3호기다. 홋카이도는 반도체 부활을 위해 일본 정부 주도로 결성한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의 핵심 거점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같은 해 제2공장 착공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에 원전 재가동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간사이전력은 기존 원전 부지를 대상으로 신규 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질조사를 검토하고 있으며 규슈전력도 차세대 원자로 도입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확장 재정을 펼치고 있는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지지도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9~21일 1034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한 결과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73%에 달했다. 요미우리는 1978년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 이후 실시해온 지지율 조사에서 출범 두 달 뒤에도 지지율이 70% 이상을 유지한 내각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과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 이어 세 번째라고 전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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