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심화하는 가운데,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국제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며, 농업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를 차지하는 등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친환경·유기농업 2배 확대’를 국정과제로 채택,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농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유기농업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도입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농업직불금의 25%를 생태농업에 배정하고 있으며, 일본은 2050년까지 유기농 비율을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과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생 시스템 정착을 목표로 발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 인력 부족, 기후 재난, 고물가 등으로 친환경농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유기종자·자재 공급 기반 미비로 농가의 전환 진입 장벽이 높다. 비의도적 농약 검출 시 농가 피해가 발생하며, 가격·유통의 한계는 소비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지원 체계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직불금 단가 대폭 인상 및 밭과 과수 등 노동집약적 작물에 대한 차등 지원 강화와 더불어, 유기 전환 유도책 마련과 자재 지원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실경작자 위주의 친환경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농지제도 개선, 미래세대 청년농 유입을 위한 종합 육성 정책이 요구된다.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농식품 인증 종류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현재의 친환경인증제는 환경보전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증제도를 운영할 때 생산 과정과 공익적 가치 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저탄소 인증을 통합하는 등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농산물우수관리(GAP)와의 혼동을 줄이기 위한 인증마크 개선도 시급하다. 우수 농가에 대한 사후관리 유예, 불가항력적 오염 시 인증 유지, 원인 공동 규명제 도입 등 친환경 농가가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개선해야 한다.
소비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급식을 통한 수요 창출이 핵심이다. 학교, 군대, 어린이집, 관공서 등 공공부문에서의 친환경농산물 사용 확대와 함께, 급식 국비 지원 재개, 표준 조례 제정, 임산부 대상 공급 확대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민간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소득공제, 환급 제도 등 실질적 소비자 인센티브 도입으로 가격저항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농산물과 가공식품의 녹색제품 지정 및 공공 구매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친환경 유통망 확충을 위해 대형마트, 온라인, 직거래, 생협 채널 활성화와 함께 친환경가공식품 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또한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다. 농식품부 내 친환경농업정책국 신설과 함께 민관협치 위원회와 지역 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정책의 현장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친환경농업은 미래 세대의 먹거리 안보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필수 투자다. 생산자의 합당한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며,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때, ‘2배 확대’라는 목표는 농업의 미래를 여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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