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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저탄고지 좋다면서요, 간암이라뇨”…간세포에 스트레스 주다간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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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연구진 “고지방식이 간암 유발”
    지방과다 스트레스 간은 암에 취약


    매일경제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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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방 식사가 우리 간 세포를 암세포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알렉스 샬렉 교수 연구진은 “고지방 식사가 간세포를 줄기세포와 유사한 미성숙 상태로 되돌려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지방이 많은 식단은 간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기름진 식사가 지속되면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이 되고, 염증과 흉터가 생기는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악화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간세포가 겪는 유전자 변화를 추적해 암이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쥐에게 지방이 풍부한 먹이를 먹여 간 질환을 유도한 뒤 ‘단일 세포 리보핵산(RNA) 시퀀싱’ 기술로 간세포의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지방 식사로 인한 스트레스 환경에 처한 간세포들은 성숙한 어른의 신분을 버리고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의 주류를 이루는 성숙한 간세포(hepatocyte)가 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로 ‘역분화’한 것이다.

    세포가 이렇게 변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생존 때문이다. 성숙한 간세포는 대사 활동을 하거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고유의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지방 과다라는 가혹한 환경이 지속되자, 간세포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고유 기능을 멈추고 대신 죽지 않고 버티는 유전자를 켰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콘스탄틴 주아나스 연구원은 “이는 세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 전체가 해야 할 기능을 희생하는 거래와 같다”며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성숙한 정체성을 버리고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암을 부른다는 점이다. 미성숙한 상태의 세포는 돌연변이에 훨씬 취약하다. 연구진은 “이미 암세포가 되기에 유리한 유전자들을 켜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에 돌연변이가 하나만 더해져도 걷잡을 수 없이 암으로 발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지방식을 먹은 쥐들은 연구 말미에 대부분 간암에 걸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키토제닉) 식단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물론 연구진이 실험 쥐에게 먹인 것은 비만을 유도하기 위한 고지방식이지만, 키토제닉 식단을 하더라도 ‘간에 가해지는 지방 스트레스’를 사전에 잘 점검해야한다.

    전문가들은 키토제닉 식단이라 하더라도 총 지방 섭취량이 지나치거나 이미 지방간이나 간염이 있는 사람이 무리하게 진행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수준이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간세포가 지방 독성을 생존 위협으로 인식해 미성숙 상태로 역행하면, 이번 연구가 밝힌 암 발생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지방 식단을 할 때는 간 수치나 지방간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실제 간암 환자의 조직 데이터에서도 쥐 실험과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생존율이 낮은 환자일수록 간세포가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간 특징이 뚜렷했다. 연구진은 간세포의 역분화를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인 ‘SOX4’ 등의 전사 인자를 찾아냈으며, 이를 표적으로 삼으면 지방간 질환이 암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샬렉 교수는 “고지방 식사와 같은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세포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는 결국 종양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도박이 된다”며 “이번에 밝혀낸 분자 기전을 토대로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높일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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