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업계, 파생상품 추가 지정 요구
韓업계 “부담 과도…중복과세 우려
미국 경제·안보도 피해” 반대의견
수출을 기다리는 철강 제품들. 미국 기업들은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을 늘려달라고 상무부에 요청했다.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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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현행 50%인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을 늘려달라고 미 상무부에 요청했다. 한국 기업들은 철강·알루미늄 사용이 거의 없는 제품까지 관세를 부과하면 제조사의 부담이 커지고, 미국 국가 안보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이 22일(현지시간) 관보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알루미늄협회는 배터리 부품을 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분류해달라 요청했다. 미국 기업들은 변압기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변압기 중 일부는 상무부가 지난 8월 추가로 발표한 407개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목록에 들어갔다. 미국 기업들은 이에 포함되는 변압기의 종류를 더 늘려달라고 한 것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5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해당 품목이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면 이 역시 관세의 대상이 된다.
한국 기업들은 상무부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해당 품목들 중에는 철강·알루미늄 사용이 거의 없어 파생상품으로 보기 힘든 것도 많고, 제조사에 지나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I는 지난 10월 21일 상무부에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미 알루미늄 협회의 요청이 너무 광범위하고, 배터리 제품들 중에는 알루미늄이나 철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도 많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배터리 부품은 이미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으로 지정되면 관세가 중복된다는 것도 지적했다.
LS일렉트릭은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산업에 중요한 변압기 및 변압기 제조에 사용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을 파생상품으로 지정하면, 이미 심각한 변압기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미국 경제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과도한 관세 부과가 현 공급망을 무너뜨려,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LS일렉트릭은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같은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중국산 공급을 대체할 믿을 수 있고 안전한 대안”이라며 “미국의 정책 목표인 디리스킹(위험 감소)과 적대적인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 감소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변압기에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 “공급 부족을 심화하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며, 국방 및 공공 시설에 지장을 주고, 국가 안보 위험을 가중할 것”이라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목록에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업계의 1차 요청을 바탕으로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상품 명단에 포함했다. 이에 LG전자는 반론을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의견서에서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파생상품 수입에 의존하는 하류제품 제조사들에 과도하고 상당한 경제·행정적 부담을 가할 수 있다”며 가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알루미늄의 양이 아주 작아 미국의 안보 이익에 의미 있는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상무부는 2차 의견 수렴을 지난 9월부터 시작했으나 아직 파생상품 목록에 추가할 품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상무부가 1차 명단 확대 당시 ‘마구잡이식’으로 너무 많은 품목을 포함시켜 업계 혼선과 경제적 여파가 컸던 터라, 2차 품목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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