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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시론] 자영업은 경제 최일선의 ‘고용 안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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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중소기업기본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기업은 831만 개인데 그중에 소상공인 기업은 790만 개가 넘었다. 소상공인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5.2%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인구에서 자영업자 비율도 여전히 20%를 웃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3.4%보다 월등히 높다. 이처럼 소상공인은 한국경제에서 내수 부문을 떠받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부문에서도 안전판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부는 근로자 권익 강화에 집중

    열악한 소상공인 대책 제시하길

    소상공인이 살아야 경제 살아나

    중앙일보

    전국 소상공인·자영업 단체 대표단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정부 조직 개편 요구안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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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의 저변을 지탱해온 소상공인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누적 100만 개 이상의 소상공인 운영 업체가 폐업하면서 경제 전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 예산(2026년 728조원)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는 노동 일변도 정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으려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저임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 37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쉼 없이 오르기만 했다. 이제는 최저임금을 멈춰 세워야만 소상공인들이 최소한 생존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으로도 힘에 부친다. 설상가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주 4.5일제 도입, 새벽배송 폐지 등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친노동정책 이슈들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오르면 그만큼 소상공인들의 생활여건도 개선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수익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물가 수준에 차이가 있음에도 최저임금은 차등 없이 획일적으로 매년 오르기만 한다.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고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직원 고용을 어렵게 만들고,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스스로 쉼 없는 붙박이 노동으로 몰아넣을 것이 뻔하다. 게다가 그나마 원재료 구매 부담을 줄여줬던 새벽배송을 폐지하면 가뜩이나 힘에 부치는 소상공인들을 나락으로 밀어내는 나쁜 선택이 될 것이어서 심각하게 걱정한다.

    수십 년 동안 경제 최일선에서 기업을 경영해 온 필자가 보기에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처럼 기업인들에게 ‘맡겨놓은 돈 내놓으라’는 식의 정책들이 추진되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일종의 횡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경제개발 정책을 시작하고 양적으로 고도의 압축성장을 해오는 동안 근로자들의 열악한 복지여건이나 산업안전 문제를 비판받았던 과거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노동3권의 명시적 보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최저임금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비롯해 최근 ‘노란봉투법’ 논쟁에 이르기까지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간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근로자의 권익이 대폭 강화되는 동안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경제적 약자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들린다. 소상공인들의 입장과 처지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보듬어 줘야 할 때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경제인협회는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3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죽 답답하면 사장 자리를 내주고 차라리 종업원이 되는 것이 낫겠다는 푸념을 늘어놓겠는가.

    중앙일보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가운데)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청년센터에서 열린 '제3차 소상공인 성장 릴레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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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도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온전할 수 없다. ‘기업은 강자, 근로자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하소연에도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날이 갈수록 원재료 단가 맞추기는 어렵고,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고용과 노동을 균형 있게 취급해야 할 정책 당국은 근로자의 권익 강화를 위한 법제도 손질에만 집중하고, 한계로 내몰린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경제에서 소상공인은 특별한 위치에 있다. 사업 규모는 작아도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기여를 고려해 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활발한 논의와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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