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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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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보다 껐다” “신선한 시도”…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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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게임 등 여러 요소 접목했지만

    SF 영화치고 허술한 짜임새 비판

    혹평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1위

    조선일보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의 희망을 쥔 연구원 구안나(김다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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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홍수인가, 대참사인가.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시청자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평점은 최저점(1점)과 최고점(10점)으로 양분됐고, 온라인에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홍수’는 소행성 충돌로 전 세계에 대홍수가 덮치고, 인공지능(AI) 연구원 구안나(김다미)가 아들과 함께 침수된 아파트에서 사투를 벌이는 SF 재난 영화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공개 이후 반응은 냉담했다. 23일 기준 네이버 영화 평점은 3.88점. 1·2점이 65%로 다수였지만, 9·10점도 21%여서 평균이 올라갔다. 혹평에선 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주인공이 한 층씩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탈출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것. 그 와중에 여섯 살 아들 자인(권은성)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조르거나, 말없이 사라지는 설정이 반복되며 “아들이 빌런”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아파트 2·3층 높이까지 도시가 물에 잠겼는데 집안에서 휴대전화가 연결되는 것이 의아하다는 의견도 있다. “30분 보다가 못 참고 껐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후반부 반전을 보면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지만, OTT에선 시청자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조선일보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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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재난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의 실망이 컸다. 중반부터 SF 영화로 급격히 방향을 틀면서, 신(新)인류를 만들기 위해 AI로 인간의 감정을 구현하는 미션이 펼쳐진다. 장르를 매끄럽게 결합했다면 강점이 될 수 있었겠지만, SF 영화치고 짜임새가 탄탄하지 못했다. 왜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야 하는지, 왜 하필 인류를 구할 단 한 명이 주인공인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주인공의 능력과 목표부터 납득이 안 되니, 극에 몰입하기 어렵고 허점만 도드라진다.

    홍수정 영화평론가는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록적인 흥행에서 보듯, 최근 관객들은 빈틈없이 맞물리는 스토리와 서사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홍수’의 경우, AI나 게임 등 여러 요소를 접목한 시도는 신선했으나, 이야기 전개가 성기고 거칠어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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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혹평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험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다는 메시지와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방식은 흥미롭다. 아파트 베란다로 쓰나미가 덮치거나 물에 잠긴 거실에서 헤엄치는 장면 등에선 국내 수중 촬영과 특수효과(VFX) 기술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갑론을박이 오히려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까. 밀려드는 혹평에도 ‘대홍수’는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 평점 사이트 IMDb의 평균 평점은 5.4점으로, 국내 반응과 크게 다르진 않다. 한 해외 리뷰는 “넷플릭스가 개입하기 전 한국 콘텐츠는 더 현실적이고 독창적인 감각이 있었는데, 요즘은 제작비만 비싸고 평균 이하의 ‘채우기용’ 콘텐츠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영화의 완성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됐다. 창작자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시스템 덕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성공 사례도 나오지만, 졸작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제작비가 보전되기 때문에 창작자가 해이해지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영화계에선 극장 개봉이 우선시되는 만큼, 최상급 감독과 시나리오를 넷플릭스 영화로 끌어오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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