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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9 (월)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교전 18일만에 가까스로 마주 앉은 태국·캄보디아… 휴전 논의 27일까지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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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휴전 회담 장소 놓고 양국 신경전
    "태국서 진행" vs "말레이에서 하자"
    휴전 합의하면 양국 장관이 27일 발표


    한국일보

    16일 캄보디아 접경 지역인 태국 부리람주에서 피란민들이 식량을 받은 후 임시 대피소로 복귀하고 있다. 부리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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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지대에서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가까스로 휴전 협상을 시작했다. 회담 장소를 둘러싼 장외 신경전으로 협상 개시 자체가 안갯속에 빠졌던 끝에 어렵게 성사된 결과다. 양측이 가까스로 논의 테이블에 앉았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뚜렷해 실질적인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어렵게 성사된 회담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3주 가까이 교전을 벌이고 있는 태국과 캄보디아는 이날 오후 태국 동부 찬타부리주에서 휴전 논의를 위한 양자 회담을 시작했다. 협상에는 협상에는 양국 군 관계자와 정부 대표가 참여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참석국들이 대화를 촉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국 고위 당국자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지난 7일 국경 무력 충돌을 재개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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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태국 접경지대인 캄보디아 북서부 반띠어이미언쩨이주 포이펫의 한 주택이 태국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려있다. 포이펫=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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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캄보디아는 안전을 이유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띠어 세이하 캄보디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낫타퐁 낙빠닛 태국 국방부 차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경 지역에서 전투가 계속되기 때문에 회의는 안전하고 중립적인 장소에서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태국은 자국 동부 찬타부리주 국경 일대를 회담 장소로 고수하며 캄보디아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양국 국경 문제를 논의하는 상시 협의체 ‘국경위원회’ 회의가 직전에는 캄보디아 코콩주에서 열렸던 만큼, 이번에는 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순서라는 이유에서다.

    수라산트 콩시리 태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안전을 보장한다”며 “이 지역은 전투가 재개되기 전부터 국경위원회 개최지로 원래 계획됐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공방 끝에 회담은 회의 시작을 몇 시간 남겨두고 태국 측이 제시한 장소에서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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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F-16 전투기가 캄보디아 북서부 반띠어이미언쩨이주 프레아 네트르프레아에 공습을 감행한 지난 15일 폭탄이 떨어진 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태국 왕립 육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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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대화는 시작됐지만 평화까진 갈 길이 멀다. 태국은 “영토에 먼저 침범한 쪽은 캄보디아”라며 휴전 전제조건으로 캄보디아의 선(先) 휴전 선언과 국경 지대 지뢰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회담이 시작된 이날도 양국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교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양국은 휴전 논의를 27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단기간에 결론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논의가 진전돼 휴전에 합의할 경우 27일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실무급 논의단계부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회담은 중단된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처음 측량된 817㎞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구간을 놓고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국경 지대에서 중화기까지 동원해 닷새간 무력 충돌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 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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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식에서 훈마넷(왼쪽 두 번째) 캄보디아 총리와 아누틴 찬위라꾼(왼쪽 세 번째) 태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의 중재하에 휴전에 합의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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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총격전이 벌어지며 지난 7일부터 3주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양국에서 43명이 숨졌고 90만 명이 대피한 상태다.

    아시아 국가 ‘평화 해결해야’


    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이웃 아시아 국가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캄보디아·태국 간 긴장이 동남아 본토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분쟁 해결을 위해 필리핀이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아시아사무특사를 캄보디아 프놈펜과 태국 방콕에 파견한 중국도 “평화적 방식으로 국경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은) 양국 협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플랫폼(대화의 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평화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정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아세안 차원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캄보디아와 태국이 조속히 대화를 통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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