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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미통위 새판②] 공영방송 개편 분기점…UHD 상용화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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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위원장 임기는 3년으로 2028년 12월19일까지다.위원장 선임을 계기로 그간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던 방미통위 구성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학자 출신 위원장이 방송 규제와 미디어 산업 진흥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갈지가 주요 과제다. 안건 의결 기능이 정상화되는 대로 처리해야 할 방송·통신 분야 현안은 산적해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김종철호 방미통위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다뤄질 주요 방송통신 현안들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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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구성 이후 김종철 초대 위원장이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가 이른바 ‘방송 길들이기’의 출발점처럼 반복돼 온 만큼 이번 인선 역시 정치적 해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이자는 취지로 방송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이사진 선임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일부 감지된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공영방송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 공방을 넘어 한 단계 진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YTN 민영화 정책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공영방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청률 하락과 신뢰도 저하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차기 위원장이 공정성과 공공성의 의미를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공영방송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이사회 중심 선출서 탈피…공영방송 ‘국민추천 사장 선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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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MBC·EBS 등 공영방송은 조만간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국민추천위원회(이하 위원회) 구성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이른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개편하고 이사 및 사장 추천 경로를 언론·시민단체 등 정치권 외부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 산하에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한 점이다. 기존 이사회 중심의 선출 방식에 국민 참여 절차를 추가한 것으로 위원회는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 분포를 반영한 10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사장 후보자들의 경영계획 발표와 면접, 숙의 토론 등을 거쳐 3명 이하의 복수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이사회는 추천된 후보 가운데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방식이다.

    ◆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지연…방송3법 후속 정비가 관건

    이에 따라 방송3법 후속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는 일이 김 위원장의 첫 과제로 지목된다. 방송법은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이사 추천 기준과 절차, 운영에 관한 세부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사회 구성 자체가 지연되면서 사장국민추천위원회 구성은 물론 사장 선임 절차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사 추천 주체 대부분이 시청자위원회와 변호사단체 등 연합체 형태로 구성돼 있어 합동 추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추천권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기간 내 합의된 추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텐데 이 선결 절차에서 이견이 표출될 경우 이사 추천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제도 정비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현안에 대해 이미 보고를 받았다”며 “현재 사무처에서 초안을 준비 중이고, 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후속 조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사 추천과 관련회 세부 기준과 절차다. 국민의힘이 일부 추천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편향 가능성을 지적해온 만큼 방송3법 후속 조치에서는 이사 및 사장 추천 기준과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 과제로 꼽힌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앞으로는 시행규칙을 통해 입법 취지가 얼마나 충실히 구현되는지 그리고 세부 규정과 기준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잘 마련된다면 전반적으로 기존의 과도한 정파성은 완화하고 다양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편 다음 단계는…공영방송 역할 재설정 필요성

    학계에선 이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역할과 범위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방미통위 주도의 중·장기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 자체가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적 서비스와 콘텐츠는 무엇인지, 또 공영방송을 몇 개까지 유지해야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시장 논리만으로는 제공되기 어려운 공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예컨대 KBS는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뉴스 수어방송을 도입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약 2년 7개월간 통합뉴스룸을 유지하며 국가적 재난방송 체계를 담당해왔다.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상파 중심 환경에서는 KBS·MBC·SBS 3사가 보편적 시청 채널로 인식됐지만 유료방송과 OTT 확산 이후 미디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며 “지금의 환경에서 국민 모두가 반드시 시청해야하는 보편적 시청 채널을 다시 정의하고 기준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AI 추천 시스템이 콘텐츠 노출을 좌우하는 오늘날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더 이상 콘텐츠의 내용에만 한정될 수 없다”며 “이제는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의 공정성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와 직접 경쟁하는 시대에 공공성은 단순한 시장 보완 역할을 넘어 ‘한국 문화 정체성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공영 시스템 적절한가…정책 차별화도 과제로

    방미통위 차원에서 국내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공영방송 시스템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 같은 고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BBC와 채널4 등 다공영 체계를 유지해온 영국 역시 공영방송 시스템의 적절성과 지속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2021년부터 채널4의 민영화를 수차례 시도했다.

    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공영방송 개편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건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라며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국가임에도 공영 중심 방송 체계의 적절성이나 일부 민영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결국 핵심은 민영화의 실현 가능성 문제”라며 “MBC 민영화가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 추진은 쉽지 않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민영화 여부가 아니라 KBS·MBC·EBS가 함께하는 다공영 체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공영방송사의 재원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수신료 기반의 KBS와 광고 의존도가 높은 MBC를 동일한 정책 틀에 넣기는 어렵고, 결국에는 차이를 반영한 정책 설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지상파 경쟁력 확보, UHD 정책의 재설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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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 회복 역시 김 위원장이 임기 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방미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소관 부처라는 점에서 단순 규제를 넘어 산업 정책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현안이 UHD(초고화질) 정책이다. 방미통위는 당초 2021년까지 UHD 방송망을 시·군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지역방송사의 재정 악화로 전국망 구축 일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선 UHD 정책이 설계되던 당시와 비교해 방송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전파 중심에서 벗어나 인터넷(IP)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 BBC와 ITV, 채널4·5가 공동으로 선보인 스마트TV용 스트리밍 서비스 ‘프릴리(Freely)’는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직접수신율이 급감한 상황에서 UHD 전국망이 구축되더라도 지상파는 결국 유료방송이나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방미통위는 단기적인 망 구축 여부를 넘어,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 전환과 유통 구조 변화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ATSC 3.0, ‘UHD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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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HD 정책과 맞물려 ATSC 3.0을 둘러싼 논의 역시 김 위원장 체제 방미통위가 본격적으로 정리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 UHD 상용화 이후 ATSC 3.0을 둘러싼 논의가 국내에서 정체돼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ATSC 3.0은 방송과 통신의 결합을 전제로 한 차세대 방송 표준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ATSC 3.0 기반으로 자동차·디지털 사이니지·위치정보 서비스 등 다양한 실증과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방송사업자가 통신사업자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UHD 방송 중심의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업계 전문가는 “2016년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상용화한 이후 7년이 지났지만 UHD 이후를 대비한 정책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다”며 “방미통위 출범을 계기로 지상파가 ATSC 3.0을 활용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을지 중·장기 로드맵을 글로벌 방송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훈 대표는 “공영방송의 미래는 단순히 법·제도 개정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재원 구조 혁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복합적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며 “방송3법 개정은 공영방송 개혁의 ‘출발점’일 뿐이며 진정한 개혁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넘어 스트리밍과 AI 시대에 공영방송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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