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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외환대책 '영끌' 먹힐까…"국장 투자 조건에 누가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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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국내시장 복귀계좌 신설 발표
    내년 1분기 복귀 시 양도세 전액 감면
    환전액 ‘상당 부분’ 국장 투자 조건
    "국내 증시 불확실성에 복귀 주저 가능성"


    한국일보

    최지영(가운데)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국내 투자 및 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오른쪽은 변광욱 국제조세정책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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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세금을 깎아줄 테니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 시장으로 돌아오라는 건 외환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학개미' 증가→ 외환 수요 확대→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전방위적 외환 규제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부가 서학개미 세제 혜택까지 내걸은 건 사실상 몇 안 남은 카드까지 '영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4일 발표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의 핵심은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 신설이다.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1인당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해외 주식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특히 빨리 돌아올수록 혜택이 크다. 내년 1분기 내에 복귀하면 세액 감면 혜택 1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750만 원에 산 해외 주식이 5,000만 원이 돼 3,250만 원의 수익이 났을 때, 기본공제(250만 원) 제외 후 2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면 6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RIA를 통해 조기에 복귀하면 이 600만 원 전액을 혜택받는 구조다.

    국내 주식에 반드시 투자해야 세제 혜택


    하지만 명확한 단서가 붙었다. 환전 대금의 '상당 부분'을 국내 주식으로 투자해야 한다. 구체적 규모는 입법 과정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기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환전한 돈으로) 삼성전자 한 주만 사더라도 양도세 감면을 주는 건 아니다"라면서 "상당 부분을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 혜택을 주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내 주식 장기 투자' 조건 때문이다. 지금이야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이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감내하고서 옮길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증시 하락으로 그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복귀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안정과 증시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다 정책 효과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RIA라는 별도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행정적 절차가 특히 고령층에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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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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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투자자용 환헤지, "수요 없어 안 만든 상품"


    개인 투자자용 선물환 매도(환헤지) 상품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기관들만 환위험에 대비하고자 환헤지를 해왔지만, 개인에게도 환헤지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다만, 환헤지 시 비용이 드는 만큼 선물환 매도 상품에 가입할 때 개인에게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개인이 선물환 매도 상품에 가입하면 증권사는 달러를 시장에 팔아야 하는데, 그만큼 외환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학개미는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선물환 매도)할 수 있고, 외환시장엔 달러 공급이 즉시 늘어나는 만큼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얼마나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요구가 없으니 제공하지 않은 상품"이라며 "수수료 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이 선물환 구조와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어렵고 절차도 복잡하다"며 "연말까지는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 환헤지 전략 등으로 일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내년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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