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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마뚜루 뭐든 척척박사다만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어. ‘거절’을 잘 못해 끌려다녀.
하늘 뜻이 분명히 있겠지 끄덕이면서 견뎌낸다. 이를테면 뭔가 엮인 듯한 나쁜 조건, 불이익과 손해. 마음을 조금 수습하고 나면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나 차츰 깨닫게 되더라. 묘하게 따스한 기억을 건네는 만남이 기다리더라.
이 추운 밤,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 영감탱이’. 먹여 살릴 가솔들, 토깽이 손주들이 주르르 있고, 하다못해 루돌프 사슴들 사료값이라도 벌어야 해. 육지 도로도 모자라 하늘까지 박차고 오를라면 잘 먹여야 쓴다. 국경을 넘나드니 선물마다 관세도 세게 붙어. 남는 장사가 아닌 게야. 굴뚝 타다 떨어지면 꼬리뼈가 아작~ 난도가 높은 업종이다 보니 젊은이들 구직도 안 해. 성탄 전야 하루만 일하는 것도 아냐. 일년 내내 착한 아이 나쁜 아이 가려서 생활기록표 작성. 복지가 좋지도 않아. 빨간 제복 단 한 벌. 무거운 선물 짐보따리에 허리가 망가져도 파스 한 장뿐. 그래도 꼬마들이 선물을 받고 좋아라 뜀뛰면 그게 참말로 좋아. 산타 영감 가슴에 남는 건 따스했던 이 기억뿐.
소설가 한강이 만들어 부른 노래가 있어. “서늘한 눈꽃송이 내 이마에 내려앉네. 서늘한 손길처럼 내 이마에 눈꽃송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흘러가고 흩어져도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기억들”… 이 노래를 가리켜 ‘겨울날 외투 속에 품고 가는 풀빵 봉지 같은 노래다. 같이 먹을 사람들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고, 가는 동안 내 추위도 달래지고’. 나누면 따뜻해져. 작은 선물을 나누고, 풀빵을 나누고, 노래를 나누면서 살자꾸나. 부귀권세도 나누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올 한 해 따스했던 기억, 만남들을 떠올려보는 세밑의 시간이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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