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개방이 가지는 의미는 지대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조선로동당이 영도하는 국가다. 당이 국가의 우위에 있는 당국가다. 당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개최되는 당 대회 사이에 최고지도기관의 역할을 한다. 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하는 로동신문은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다. 북한주민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매체도 로동신문이다. 통일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 최고지도기관의 신문에 대한 일반시민의 접근권이 제고됐다. 반민주적 계엄을 평화적 방법으로 극복해낸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로동신문을 본다는 것은 북한을 아는 첫걸음이다. 그 앎을 통해 우리는 북한을 이해할 수 있다. 로동신문 읽기를 통해 우리는 북한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의 특성상 미화와 독려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현명한 독자라면 그 속에서도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 더불어, 보고 읽기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 공감하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보고 읽는 인정 절차를 매개로 한 공감, 비공감, 반공감 등은 우리 사회에서 한반도 미래를 논의하는 다원적 시민의 공론장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북한이 한국 매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개방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의 제정을 통해 한국문화의 유입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2023년 12월에는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 두 국가관계로 재정의했다. 핵과 전쟁이 없는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선, 남북관계에서 적대와 교전이 제거되어야 한다. 통일부는 ‘일방적인’ 로동신문 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후속 작업으로 ‘인터넷 로동신문’을 포함한 북한 사이트의 개방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우리는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서 북한이 만든 영상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우회접속경로를 통한 북한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 나아가 우리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를 생산하는 법·제도,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헌법 3조, 4조의 개폐 문제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의 의제로 상정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평화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이익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족: 우리는 고유명사 로동신문을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노동신문으로 쓰기도 한다. 언어학자 김수경은 1947년 6월6일자 로동신문 2면에 실은 한자음 표기와 관련한 글에서, ‘로동’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시금 남북이 서로의 표기법 차이를 논의하는 ‘작은’ 평화공존의 시대를 상상해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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