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展서 유일하게 흐르는 ‘주제곡’
인상주의 미술·음악의 만남 뜻해
허윤희 기자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유화 ‘해변의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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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 리먼 컬렉션 특별전. 전시장을 둘러보는 발걸음이 르누아르의 걸작 유화 ‘해변의 사람들’에 이를 즈음, 은은한 피아노곡이 흐르기 시작한다.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달빛(clair de lune)’이다. 왜 이 곡일까.
이 전시회의 제목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제목처럼 미 은행가이자 미술 애호가 로버트 리먼(1891~1969)이 사랑한 작품들 중에는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본래 인상주의는 모네·르누아르·마네 등 19세기 프랑스 화가의 작품 세계를 통칭하는 용어였지만 점차 음악과 문학 등 예술 전반으로 확산됐다. 드뷔시 역시 로마 유학 시절인 20대 초반에 작곡한 관현악곡 ‘봄(Printemps)’부터 이미 “인상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드뷔시 자신은 ‘인상주의 작곡가’라는 말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음악이 미술 같은 다른 예술에 비해 부차적이거나 종속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상 음악이야말로 자연에 가장 근접한 예술”이라는 드뷔시의 말에서도 음악에 대한 자긍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달빛’은 드뷔시의 피아노 독주곡인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가운데 세 번째 곡이다. 드뷔시는 20대 후반부터 이 모음곡을 썼지만 43세에야 완성했다. ‘달빛’은 상징주의 시인 폴 베를렌의 동명(同名) 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풍부한 표현으로 느리게’라는 지시어처럼 서정적 정서를 담고 있어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들의 앙코르 곡으로도 유명하다. 이 전시회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곡으로 ‘주제곡’의 역할을 한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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