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열차 EMU-370 이미지. 자료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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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운행속도 시속 370㎞.’
최근 국토교통부는 차세대 고속열차인 ‘EMU-370’ 제작을 위한 고속전동기, 기밀승강문 등 핵심기술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MU-370은 현재 국내에서 운행하는 열차 중 가장 빠른 KTX-청룡과 같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계획돼 있다.
동력분산식은 KTX-1이나 KTX-산천처럼 맨 앞에 있는 동력차가 객차를 달고 달리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동력(모터)이 객차 밑에 분산배치돼 있는 방식으로 가·감속 능력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KTX-이음도 동력분산식이다.
EMU-370은 차세대 고속열차라는 명칭에 걸맞게 KTX-청룡보다 더 빠르다. KTX-청룡은 설계 최고속도가 시속 352㎞다. 이는 최상의 조건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속도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승객을 싣고 달리는 상업 운행속도는 시속 320㎞에 맞춰져 있다.
KTX-청룡은 현재 운행하는 열자 중 가장 빠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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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EMU-370은 설계 최고속도는 시속 407㎞, 상업 운행속도는 시속 3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KTX-청룡보다 시속 50㎞ 정도 빠른 셈이다. EMU-370은 상업 운행속도로만 따지면 현재로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열차가 될 전망이다.
최고는 중국의 ‘푸씽호 CR450’로 시험운행을 거쳐 내년 중에 청두~충칭 구간에서 시속 400㎞로 승객을 실어나를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시험 운행 중에 기록한 최고속도로는 2015년 일본의 자기부상열차인 ‘리니어 주오 신칸센’이 주행 테스트 때 세운 시속 603㎞가 1위라고 한다.
프랑스는 2007년 시속 575㎞를 기록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3년 연구개발용으로 제작한 초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시험주행에서 시속 421㎞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의 고속열차인 '푸씽호 CR450'.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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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EMU-370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초도 차량 1~2편성(총 16량)을 내년 상반기에 발주하고, 2030년 초부터 평택~오송 구간 등에서 시험 운행을 할 계획이다. 이후 상용화 시기를 결정하게 되는데 속도만 보면 서울-부산 간을 1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열차 성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차가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전차선과 신호 시스템, 도상 등 관련 인프라를 그에 맞춰 정비해야만 한다. 슈퍼카라도 아무 도로에서나 속도를 낼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속도를 더 높이려면 전차선을 지금보다 더 팽팽하게 당겨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차선이 늘어지면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져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상 역시 자갈이 깔린 곳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자갈이 튀어 올라 차체나 바퀴를 때리는 ‘자갈 비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없는 콘크리트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호 역시 속도 증가에 맞춰서 정비해야만 한다.
국내 고속열차 개발 흐름도. 자료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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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업에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추정도 나온다. 열차 운행 계획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속도가 빠른 열차라도 정차역이 많으면 기대했던 속도를 낼 수 없다.
실제로 승객이 체감하는 속도는 최고속도가 아니라 역 정차시간까지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다. 출발역에서 도착역까지 시간이 모두 얼마나 걸렸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표정속도라고 부른다.
표정속도는 정차역 간격이 얼마인지, 중간 정차역이 몇 개인지에 많이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정차역이 적은 특급열차의 경우 표정속도는 최고속도의 70~80%이고, 역 간 거리가 짧고 모든 역에 정차하는 경우는 최고속도의 30~40%라고 알려져 있다.
결국 지금보다 더 빠르게 운행하려면 열차 성능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이에 수반되는 철도 인프라와 열차 운행계획을 얼마나 잘 정비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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