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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대법 “위법수집증거 기반한 법정진술, 유죄 증거로 사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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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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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반으로 한 법정진술은 피고인이 혐의를 자백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 A씨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직원 B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환경부 특별사법경찰관은 2019년 11월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로 A씨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B씨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70여건 등을 발견했다. 법원은 특사경에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 대상물을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 관련 전자정보’로 명시했다. 그러나 특사경은 이 자료를 폐기나 반환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1년 5개월이 지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2021년 4월 환경부로부터 녹음파일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 같은해 9월 기소했다. 검찰은 A씨 등 피의자들을 조사하면서 해당 파일을 제시해 진술을 확보했다. 1심과 2심은 휴대전화 증거가 영장주의를 위반해 위법수집증거라고 보고 검찰의 피의자 진술조서 등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혐의를 자백하거나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정진술이 위법한 압수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공개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은 상태에서 이뤄져 전자정보 수집 과정의 위법과 인과관계가 단절됐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정진술에 대해 “위법수집증거인 전자정보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로서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판례상 위법 수집된 1차적 증거와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이 인정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 경우라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위법한) 1차적 증거를 제시 받거나 이를 전제로 신문을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법정 진술도 적어도 1차적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법 수집된 전자정보 없이는 수사가 진행되거나 기소되기 어려웠고, 법정에서 진술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김보름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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