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금)

    이슈 국방과 무기

    한국 핵잠수함은 트집 잡더니…北, 8700t급 잠수함 공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北 ‘金핵잠 건조 지도’ 보도
    원자로탑재 추정 선체 공개
    “韓이 불안정 야기” 적반하장

    내년초 北노동당대회 앞두고
    美본토 핵타격 수단 과시나서

    원자로 등 러 기술지원 가능성


    매일경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8천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하고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8700t급 핵추진잠수함 건조 현장 시찰 내용을 보도하며 소형 원자로 탑재가 끝난 것으로 추정되는 선체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이 자체 핵잠 건조에 나서고, 북한이 개발이 진척된 핵잠 실물을 과시하면서 ‘궁극의 전략자산’인 핵잠을 둘러싼 남북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핵잠 건조 계획에 대해 “우리 국가(북한)의 안전과 해상 주권을 엄중히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로,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으로 간주한다”며 ‘적반하장’ 격 발언을 내놨다. 이날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며 건조 중인 핵잠 선체의 전체 모습과 어뢰·기뢰 등 일부 무기체계를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서울의 청탁으로 (미국) 워싱턴과 합의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절대적 안전 담보인 핵 방패를 더욱 강화하고 그 불가역적 지위를 굳건히 다지는 것은 우리 세대의 숭고한 사명이고 본분”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및 핵잠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특히 현재 건조 중인 핵잠에 대해 “핵전쟁 억제력의 중대한 구성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를 핵탑재 탄도·순항미사일은 물론 수중 핵전략무기체계를 운용하는 전략핵잠(SSBN)으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핵잠 건조 현장을 방문했다며 선체 밑부분만 담긴 사진을 내놨다. 반면 이번에는 △어뢰 발사관 △탄도미사일 발사관 △함교탑(중앙 상단 돌출부) △마스트(통신 안테나 등 기둥부) 외양을 모두 공개했다.

    북한이 건조 중인 핵잠 외관을 공개한 것은 내년 초 제9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핵무력 강화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이미 핵보유국이며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도 막지 못할 수준의 수중 핵전력까지 갖췄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 당국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미 소형 원자로 등 핵동력 체계를 건조 중인 핵잠에 탑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핵잠을 건조할 때는 먼저 압력 선체(원통 블럭)을 제작하고 원자로나 터빈, 감속기 등 무거운 장비를 탑재한 다음 선체를 용접해 외관을 완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 원자로에 연료를 장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냉각, 전기, 진동·소음 시험을 한 뒤 진수식을 거쳐 연료를 장전해 시운전하는 단계로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당초 군 안팎의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핵잠 선체 전부를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이전하거나 아예 퇴역 핵잠 원자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과 정보 당국도 러시아가 북측의 핵잠 건조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전대장을 역임한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북한이 러시아 기술진을 영입해 (자체 개발한) 소형 원자로를 검증받는 식으로 기술 지원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핵잠 건조 목표를 제시한 이후 자체적으로 군사용 원자로 등을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러시아 측이 이 부분에서 기술적 도움을 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측이 이번에 핵잠 ‘실물’을 공개하면서 남북 간 개발 경쟁에서는 다소 앞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10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잠 승인을 받아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도 미국과의 핵잠 협정 체결과 핵연료 수급 협상 등 지나야 할 관문이 많다. 군 당국은 2030년 중반 이후에야 한국형 핵잠 ‘1번함’을 진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선체 제작을 마친 북한은 이르면 2028년께 핵잠을 진수해 시운전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

    다만 북한이 2023년 진수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이 2년 이상 뚜렷한 전력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북측이 내놓은 핵잠 성능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가운데 북측 공개 보도 내용을 포함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공 장거리 반항공(대공) 미사일’ 시험 발사를 전날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개발 중인 고공 장거리 반항공 미사일 체계를 전술적·기술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첫 시험 발사”라며 “발사된 미사일들은 200㎞ 계선의 가상 고공 목표를 명중해 소멸시켰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한이 전날 오후 5시쯤 동해안 지역인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해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해당 대공 미사일은 한국군이 운용 중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와 유사한 무기체계로 관측된다. 한국국방안보포럼은 “북한이 기존 장거리지대공미사일 SA-5 노후화에 따라 신형 무기체계를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8700t급 핵잠은 중대형급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핵잠은 러시아 타이푼급으로 수중 배수량이 4만8000t에 달하고, 초대형 전략핵잠인 미국의 오하이오급과 러시아의 보레이급은 1만8000t~2만t 수준이다. 핵보유국의 절대다수 전력을 차지하는 미국의 버지니아급(7800t), 영국의 애스튜트급(7400t), 프랑스의 쉬프렝급(5300t), 중국의 상급(6000~7000t)은 8000t 이하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