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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우승보다 값진 ‘파이널 7년 연속 진출’···내년엔 세계랭킹도 20위권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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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프로골프 ‘월드 클래스’ 임성재

    극소수 선수들만 이뤄낸 '위업'

    한해 더 해낸다면 자부심 클 것

    해병대서 시간의 소중함 배워

    은퇴 않고 영원한 현역 되고파

    LIV 이적, 근거없는 가짜뉴스

    내년엔 메이저·시그니처 집중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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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 시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선수 지원 환경을 소개하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던 임성재(27·CJ)는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PGA 투어의 간판 선수다. 2부 투어 3관왕 출신의 특급 유망주로 정규 투어에 데뷔해 2019년 아시아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고 투어 2승과 마스터스 공동 2위(2020년) 등의 눈부신 업적을 쌓아오고 있다.

    스스로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기록은 우승보다도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연속 출전. 최근 수도권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임성재한테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PGA 투어를 뛰는 선수들 사이에도 ‘저 친구가 투어 챔피언십 간 선수냐 아니냐’를 따지면서 진출한 선수는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임성재에게 자부심이자 자극제는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세계 최고 무대를 함께 뛰는 동료들의 시선이었다. “시즌 랭킹(페덱스 포인트) 50위 안에만 들어도 잘한 거라고 하는데 30명만 나가는 투어 챔피언십까지 살아남는 것은 시즌을 정말 잘 보냈다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PGA 투어는 일반 대회 우승자한테 주는 2년 시드를 투어 챔피언십 진출자에게도 똑같이 부여하며 대우한다고 한다. 임성재는 그런 투어 챔피언십에 올해까지 7년 연속 참가했다. 그는 “8년 연속 기록은 정말 드물더라. 해낸다면 진짜 자부심이 클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8년 이상 연속 기록은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로리 매킬로이와 아시아 최초의 마스터스 챔피언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둘 정도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결혼은 무조건 20대에 하고 싶다”고 했던 임성재는 스물 네 살 때 뉴욕대 음대 출신의 한 살 연상 연인과 결혼, 달콤한 3년을 보냈다. 시즌 때도 거의 모든 대회에 붙어 다니던 사이라 지난달 3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길게 느껴졌다고 한다. 입소 직전 아내가 건넨 노란 봉투 속 손 편지를 1주일 후 뒤늦게 읽고는 아내를 향한 마음이 더 애틋해졌다고.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 혜택 대상자가 된 임성재는 과거 손흥민이 훈련 받았던 제주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서 지냈다. 훈련병 동기들은 골프를 잘 모르고 그래서 임성재가 누군지도 처음에는 몰랐다. “우리 대대에 지난번 손흥민이 있었고 이번에는 프로 골퍼 임성재가 왔다”는 대대장의 소개가 유명세를 깨웠다.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는 주말이 오자 훈련병들은 ‘월드 클래스’ 임성재와 동기임을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록 현역은 아니지만 (훈련 수료와 함께) 빨간 명찰을 다는데 해병 정신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겠더라”는 임성재는 “골프 하면서 3일 이상 연속으로 골프채를 놓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껏 못 해본 경험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배웠고 인내심과 자신감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퇴소 후 한동안은 ‘팔각모 사나이(해병대 군가)’를 군대 박수와 함께 아내 앞에서 매일 부를 정도로 ‘해부심(해병대 자부심)’이 차올랐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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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많아지고 그만큼 정리도 또렷해지는 훈련소의 시간에 임성재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 나는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러니까 평생 골프 선수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은퇴하지 않고 시니어 투어까지도 쭉 현역으로 가면 좋겠다고요. 이를 테면 영원한 현역으로. 골프로 이룰 수 있는 희열과 행복으로 살아온 터라 은퇴하면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삶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LIV 골프 리그 이적설이 현지 매체에 보도돼 잠깐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임성재다. 임성재는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가짜 뉴스임을 알렸다.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일어나보니 저스틴 토머스 등 동료 선수들한테서 ‘너 LIV 가?’라는 내용의 문자가 와있더라. 황당하면서도 그래도 내가 그 정도 위치는 되는구나 싶더라”며 웃었다.

    내년 목표는 세계 랭킹을 20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것(현재는 41위)이다. “세계 30위 안에는 계속 있어야 스스로도 납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메이저나 시그니처 대회처럼 큰 대회에서 더 잘해야 한다. 시즌 초반부터 ‘딱딱딱’ 잘하는 게 목표”라는 임성재는 “(병역 특례에 따른) 봉사 활동을 하면서 복잡했던 생각들을 지우고 새 마음가짐으로 새 시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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