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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초대 방미통위원장은 출범과 함께 ‘혁명적인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국정과제에 통합 미디어 법제 마련을 포함시켰다. 방미통위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규제와 진흥의 조화를 통한 산업혁신 활성화’ 분야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로 ‘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통합 법제 제정’을 명시했다.
통합미디어법 논의는 방송법, 인터넷TV(IPTV) 진흥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분산된 미디어 관련 법제를 하나의 체계로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방송과 OTT 등 관련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OTT에 대한 법적 정의 마련과 방송산업 규제 완화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논의가 너무 늦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미디어 시장의 구조를 바꾼 지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3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규제 틀 안에서 경쟁을 이어가며 가입자 감소와 광고 매출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방미통위가 정상화되는 즉시 방송산업 진흥을 위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정책으로 통합미디어법을 꼽고 있다. 진흥을 논하기에 앞서 최소한 불균형한 출발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일산업 동일규제’ 선언만 반복
통합미디어법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시장이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 체계가 덧붙여졌고 그 결과 유료방송은 방송법에 따라 심의 규제를 받고 IPTV는 IPTV 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같은 방송사업자임에도 서로 다른 법령으로 규율되면서 경쟁 환경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OTT의 등장은 통합미디어법 논의 필요성을 더욱 키웠다. OTT는 명확한 법적 정의조차 없는 상태로 방송법이나 IPTV 진흥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상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돼 왔다. 이로 인해 미디어 산업 전반의 규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구호가 ‘동일산업 동일규제’다. 방송과 OTT는 모두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관계에 있지만 규제 체계는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출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통합미디어법을 통해 OTT에 대한 법적 정의, OTT 관할 기구 특정,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전환(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OTT의 법적 정의와 관할 기구 문제는 통합미디어법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OTT는 방송사업자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채널 개설 승인이나 요금 규제 등 방송법상 규제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 역시 OTT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 업계 전문가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도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정리되지 않았다”며 “용어와 개념 정리는 통합미디어법 논의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미통위,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된 OTT 관할 구조 역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여러 부처가 하나의 산업을 나눠 담당하다 보니 규제 충돌과 진흥 정책의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방미통위 개편 논의 과정에서 OTT 주무부처를 방미통위로 일원화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 전환 역시 핵심 쟁점이다. 요금 규제와 방송 심의 규제 등으로 인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다양한 수익 모델(BM)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포지티브 방식(허용된 것만 가능)에서 네거티브 방식(명시된 것만 금지)으로 규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통합미디어법 추진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시장은 제한된 수요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여서 법제 개편 결과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다. 그야말로 ‘제로섬게임’이다. 통합미디어법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방통위 시절부터 이어진 정치적 논쟁과 공영방송 중심의 의제 설정 역시 통합미디어법 논의를 지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반복된 위원 공백과 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속에서 통합미디어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고 계획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을뿐 구체적인 로드맵 구상은 없었다.
◆“로드맵 마련 속도내야…시장 불확실성 잠재울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방미통위 출범이 통합미디어법 마련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미통위 출범과 방송3법 제정 등 여당·정부 주도의 방송 공공성 정립 작업이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서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여당 입장에서는 방송 공공성 재정립 과제가 정리된 만큼 이제는 미디어 규제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볼 시점”이라며 “김 위원장이 강조한 규제 혁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법률 전문가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제도 통합은 복잡한 법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만큼 헌법·공법학자로서의 이력이 제도 개편 과정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도 “낡은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통합미디어법 제정은 방미통위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회와 대통령실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법률 통폐합이 필요한 만큼 입법부와 정부 차원의 국정과제 추진 의지가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통합미디어법의 방향이 ‘규제 강화’가 아닌 ‘진흥’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OTT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유료방송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OTT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OTT 산업만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규제를 동일하게 따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합미디어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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