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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네카오 위협한 `폭파 협박글`, VPN 썼다…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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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기업 '폭발물 협박글'…VPN 이용 유력

    VPN 사용 땐, 수사 지연 불가피

    "실명제 등 악용 막을 제도적 보완 필요"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최근 카카오·네이버 등 주요기업과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폭발물 협박 게시글 작성 수법으로 가상사설망(VPN) 사용이 지목되고 있다. 이를 통해 IP 추적을 피하고 거리낌 없이 허위 협박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VPN 악용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규제나 관리 체계가 없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 협박이 있었다는 사측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수색에 나섰다. 카카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토록 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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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을 겨냥해 발송된 폭발물 협박 메일은 해외 IP를 경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메일에는 자신을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이라고 지칭했다. 경찰이 A군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A군은 이를 직접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의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한 포렌식 분석에서도 폭발물 협박과 관련된 게시글이나 메일 작성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메일이 해외 서버를 우회해 전송된 정황을 확인하고 협박 메일에 특정 학생의 실명이 언급된 점 등을 종합해 실명 도용과 해외 VPN을 결합한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IP를 경유한 접속 정황이 확인돼 VPN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 공조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를 시작으로 한 네이버·삼성전자·KT 등 주요 기업 겨냥 폭발물 협박 게시글도 VPN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 24일 CS센터(고객센터) 게시판을 통해 폭발물 협박글이 게시됐다. 벌써 다섯 차례다. 이와 비슷하게 삼성전자와 네이버·KT를 상대로도 폭발물 설치나 살해를 암시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 중 게시글 작성자의 IP가 이탈리아 등 해외 국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마다 접속 국가가 다른 점 등을 근거로 VPN을 활용한 우회 접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VPN을 이용한 우회 접속은 수사 난이도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VPN을 이용하면 실제 접속자의 IP 주소가 가려지고 해외서버를 거쳐 접속 기록이 남기 때문에 최초 접속지를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VPN 서비스의 경우 수사기관이 접속 기록을 확보하려면 국제 공조 절차를 거쳐야 해 신속한 추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VPN 서비스는 접속 로그를 저장하지 않거나 회선이 여러 단계로 재판매되는 구조여서 최종 사용자를 특정하는 데 추가적인 제약이 따른다.

    문제는 VPN이 범죄에 이용되는데도 이에 대한 별도의 규제나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VPN을 사용한 범죄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VPN은 재택근무나 기업 내부망 보호 등 공익적 목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기술”이라면서도 “이를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악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VPN 실명제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황 교수는 “일부 VPN 서비스는 여러 단계로 재판매되면서 실제 최종 사용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VPN 회선 대역을 누구에게 제공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범죄 악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VPN 회선을 대여하는 과정에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서는 VPN 등을 활용한 해외 우회 접속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명 표기’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나경원 대표발의)이 지난 2월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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