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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세상사는 이야기] 치료 여정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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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김성균 서울대·서울대치과병원 교수


    옛말에 '무병단명 일병장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병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래 살고 건강을 과신하고 방심하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몸이 약하면 건강에 신경을 더 쓰고 때마다 몸의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이러한 주기적 치료가 오히려 큰 병치레를 막기도 한다.

    구강 건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치과의사, 보철전문의로서 임플란트나 틀니 등의 치료를 몇십 년 동안 해왔다. 환자분들의 주기적인 내원과 추가 치료는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한 분이 임플란트를 하게 된다면 해당 부위의 치아를 빼내게 된다. 그 자리가 나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뼈를 추가한 후 임플란트를 심게 된다. 또 낫기를 기다린 후 심어 놓은 임플란트 위에 치아 모양의 보철을 만들어 끼워주게 된다.

    환자분들이 가끔 "평생 사용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데, 나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가끔은 "사용하지 않고 장식으로 놔두면 평생 갑니다" 우스갯소리로 대답한다. 이렇게 마무리한 후 1년이나 반년에 한 번 체크를 하는데 주위의 치아나 잇몸, 보철의 상태를 점검한다.

    임플란트를 사용하면 마모도 되고, 사이도 벌어져 음식도 끼고 잇몸에는 염증이 생기고 뼈도 내려가게 된다. 그러면 나사를 교환하거나 치아를 다시 만들거나, 잇몸 치료를 하거나 여러 치료를 하면서 유지하게 한다. 이것을 개입(intervention)이라 한다. 만일 더 나빠져서 염증이 심하거나 뼈가 많이 없어지거나 부품이나 치아가 심하게 망가졌으면 임플란트를 제거한다. 그러면 또 낫기를 기다렸다가 임플란트를 다시 심게 된다. 그리고 앞의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수복치료, 유지, 개입, 재수복의 과정은 하나의 사이클로 이 모든 것이 치료다.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에게 수업을 하며 강조하는 것이 있다. "환자와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대한 기대와 과장된 결과를 얘기하면 안 된다." 모든 치료는 라포(rapport)가 중요한데 라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호 이해와 공감을 통해 형성되는 신뢰와 유대감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에 형성되는 심리적인 신뢰감도 포함한다. 상호 관심사의 공유와 공감,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 경험을 통한 공감대의 형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라포가 형성된 후에는 보다 장기적인 신뢰관계로 발전하며 치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러한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과도한 홍보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치료에 대한 한계와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라포 형성과 치료의 성공에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분들에 대한 정보 제공이 치료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료 후 유지를 위한 내원과 개입이 필요하며 주기적으로 와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환자들이나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처음부터 편한 치료란 별로 없는 것 같다. 적응을 기다리고 필요한 개입을 해 잘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여정으로서의 성공(Success as a journey)"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은 좋을 수 있지만 수정과 관리가 필요하고, 지금은 실패할 수 있지만 다시 끼어들어 재건해 나가는, 나중에 보면 긴 시간 동안의 사용과 건강이 가능하게 했던, 그러한 여정의 돌봄과 치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은 아프고 난 뒤에 건강에 신경을 쓴다. 사회학자인 아서 프랭크 박사는 '아픈 몸을 살다'라는 수필에서 병이 위험한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약함을 돌아보고 건강을 신경 쓰며 일상생활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우리도 건강하게 지내도록 생활을 바꾼다면 긴 인생을 여정으로서 성공적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다.

    [김성균 서울대·서울대치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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