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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美 치맛자락에 숨어 셀프면죄부 준 쿠팡, 韓 소비자 우습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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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70만명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의 오만과 무책임이 점입가경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를 무시한 데 이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일방 발표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을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손보기'로 규정하려 든다. 매출 90%를 한국에서 내는 기업이 궁지에 몰리자 탄압받는 미국 기업 시늉을 하는 것이다.

    쿠팡은 휴일이었던 25일 예정에 없던 입장문을 통해 "정보를 유출한 직원이 3300만개의 고객 정보에 접근했으나 이 중 3000개 정보만 저장했다"며 "모든 장치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회수됐다"고 주장했다. 쿠팡 발표가 나오자마자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이 확인하지 않은 사항"이라며 쿠팡 측에 항의했다고 반박했다. 초대형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검증되지 않은 일방 주장으로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 꼴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23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모기업 쿠팡아이엔씨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지난 5년간 미국 현지 로비에 154억원을 지출했다. 미국 기업이라는 법적 지위,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를 한미 간 통상 이슈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행태는 한국과 한국 소비자를 만만히 볼 때만 가능하다. 사태 초기 JP모건 등은 이번 사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쿠팡이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 소비자들이 정보 유출 이슈에 무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인식이 존재한다면 이번 사건을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약 50만명의 쿠팡 이용자가 집단소송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쿠팡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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