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2 (금)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왜 관리의 골든타임인가 [치매를 말하다 ③]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하이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질환이 아니다.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 사이에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라는 중요한 분기점이 존재한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개입이 이뤄질 경우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발병 위험 자체를 낮출 수 있어, 치매 예방과 관리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 약 298만 명에서 2033년 약 4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환자 수 증가를 넘어, 치매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자 급증에 따른 사회적 돌봄 비용과 개인·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증상이 경미한 단계에서 환자를 찾아내는 조기 발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경과 이찬녕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는 "경도인지장애는 적절한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장기간 안정적으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기보다 적극적인 진단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설명을 토대로 경도인지장애의 특징과 진단, 관리 전략을 살펴본다.

    뇌 구조 변화가 시작된 단계…치매 발병 위험 10배 ↑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인지 등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만, 아직 치매로 진단될 만큼의 심각한 기능 상실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인지 저하에 대한 본인이나 가족의 인식이 있고, 신경심리검사에서 저하가 확인되면서도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대부분 유지되는 경우를 경도인지장애로 정의한다.

    이 단계가 중요한 경고 신호로 여겨지는 이유는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이찬녕 교수는 "65세 이상 일반 인구에서 치매 발생률이 연간 1~2% 수준인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연구에 따라 연간 약 10% 내외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라며 "이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치매로 이행하는 비율이 30~40%에 이른다는 보고가 나온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가 양성이거나, 뇌 MRI에서 해마 위축이나 대뇌백질변성이 관찰되는 경우, 고혈압·당뇨·비만 같은 혈관성 위험 요인을 동반한 경우에는 치매로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APOE ε4 유전자형을 보유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역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찬녕 교수는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뇌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상태인 만큼 일반인보다 위험도가 높다"며 "특히 영상 검사에서 해마 위축 등이 확인된 경우에는 보다 세밀하고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억력 저하 시작됐지만 일상 기능은 유지
    문제는 경도인지장애의 초기 증상이 매우 미묘해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단순한 노화 과정으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쉽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최근 기억력의 저하다. 방금 들은 이야기나 약속을 반복해서 묻고, 물건을 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흔히 겪는 건망증과 혼동되기 쉽지만, 병리적으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찬녕 교수는 "일반적인 건망증은 스트레스나 피로, 일시적인 집중력 저하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나면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도인지장애는 정보가 뇌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 이후에도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이러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력 저하 외에도 다양한 인지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대화 중 맥락을 놓치거나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고, 평소 잘 사용하던 단어가 즉각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나타난다. 시공간 능력이 저하되면 매일 다니던 길에서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거나, 익숙한 지도나 지도 앱을 활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신감 저하, 짜증 증가,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 성격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치매와도 구분된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를 넘어 금전 관리나 약 복용, 외출 등 일상생활 전반에 지속적인 어려움이 나타나며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이에 비해 경도인지장애는 원인에 따라 상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일부에서는 정상 범주로 회복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 저하는 분명하지만 치매로 진단될 정도의 심각한 장애는 없는, 이른바 치매의 전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며 "조기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향후 경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파악 위한 다각적 진단 필수
    경도인지장애 치료의 출발점은 정확한 원인 감별에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단일 질환이라기보다 알츠하이머병 병리 변화, 혈관성 요인,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영양·내분비 이상,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태(state)'에 가깝다.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하기보다는, 개인별 원인과 위험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진단 과정이 필수적이다. 진단은 의료진 면담을 시작으로 기억력·언어·집중력 등 영역별 인지 기능 검사, 일상생활 수행 능력 평가,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접근으로 이뤄진다. 이찬녕 교수는 "의료진은 증상의 시작 시점과 진행 양상, 가족력과 기저 질환을 면밀히 파악한 뒤 MMSE(간이 정신상태 검사), CDR(치매척도), SNSB(신경심리검사총집) 등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의 양상과 정도를 분석한다"며 "일상생활 수행 능력 평가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는 핵심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뇌 MRI나 CT, PET 검사를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와 질병의 근본 원인을 감별하며, 혈액 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 저하나 비타민 B12 결핍, 빈혈·감염 여부, 간·신장 기능 등을 실시하여 '교정 가능한' 인지 저하 요인을 찾아낸다. 이 교수는 "이러한 다각적인 검사 과정을 거쳐야만 환자의 개별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생활습관 관리가 기본, 약물치료는 선별적으로 적용
    진단을 통해 원인과 위험 요인이 파악되면, 환자의 상태에 맞춘 치료와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 단계 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인지 저하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현재까지 경도인지장애를 확실히 호전시키거나 치매로의 진행을 막는 표준 치료제는 없으며, 치료의 중심은 약물보다 생활습관 관리에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뇌 혈류 개선과 신경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과일·채소·생선·통곡물 위주의 식단,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적 교류 역시 인지 기능 유지에 중요한 요소다. 독서, 글쓰기, 퍼즐 같은 인지 훈련은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뇌 건강은 신체 건강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이찬녕 교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 질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며 금연 또한 강력히 권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는 비타민 결핍이나 청력·시력 문제는 조기에 교정해야 하고,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적절한 심리치료와 상담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 관리 전략을 기본으로 하되, 선별된 환자에서는 약물치료가 보조적 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로, 레카네맙·도나네맙 등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 교수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가장 효과가 좋다고 보고되는 만큼, 이 시기에 사용 여부를 판단한다"며 "다만 비용과 적용 기준 등 현실적인 제약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하이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기 개입이 관건…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진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대부분의 치매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증상이 뚜렷해질 무렵에는 이미 뇌의 변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신경세포 손상과 소실이 누적되고, 뇌 구조 변화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경미한 단계에서 얼마나 빠르게 개입하느냐가 이후 경과를 좌우한다. 기억력 저하나 인지 변화가 반복된다면 나이나 피로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 의료진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인지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치매는 불치병이 아닌, 예방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찬녕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자신의 인지 상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위험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하이닥은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신경과학회와 함께 본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매의 예방과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저작권자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